미국 민주당이 25일 주요 정당으로선 독립 2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선거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독립선언의 고장’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행사 첫날 언론의 관심은 온통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유출사건 뒤처리에 쏠렸다.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될 수도, 역사적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252건과 첨부파일 8034건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DNC는 대선 경선 관리와 정강 수립, 선거자금 모집 등을 지원하는 당의 핵심 사무조직이다. 지도부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그(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가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와 선을 그을 수 있을 듯하다”는 내용 등이 있다. DNC 지도부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파 진행했다는 의혹을 증빙할 만한 내용이다.

DNC 의장으로 전당대회를 총괄하는 데비 와서먼 슐츠 의장은 논란이 커지자 24일 성명서에서 “전당대회 직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DNC의 편파 경선관리 피해자인 샌더스 의원의 반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샌더스의 한마디에 전당대회가 난장판으로 변할 수 있어서다. 샌더스 의원은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NC의 편파적 경선관리에 실망하지만 그래도 클린턴을 찍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전당대회 첫날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연설자로 나선다.

뒤숭숭한 힐러리 잔칫날…주인공 자리 뺏은 3인
도널드 트럼프는 전당대회 이후 여전히 문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4일 NBC방송에 출연해 일자리 정책과 관련, “국외로 생산직 일자리를 가져가는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는 15~35%의 세금을 매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자가 ‘그렇게 과도하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그때는 우리는 재협상하거나 철수(탈퇴)할 것”이라고 답했다.

필라델피아=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