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김민영 재활의학과 교수, "내년에 뇌성마비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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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운동·인지 기능 나빴던 뇌성마비 아이들
줄기세포 시술 후 호전
선천성 면역기능 높여주는 것 확인"
김민영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운동·인지 기능 나빴던 뇌성마비 아이들
줄기세포 시술 후 호전
선천성 면역기능 높여주는 것 확인"
![[건강한 인생] 김민영 재활의학과 교수, "내년에 뇌성마비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추진할 것"](https://img.hankyung.com/photo/201607/AA.12056789.1.jpg)
김민영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사진)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활용해 뇌성마비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 2013년에는 환자의 제대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타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활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스템셀에 게재했다. 김 교수는 “운동기능이나 인지기능이 나빴던 뇌성마비 아이들이 줄기세포 시술 후 증상이 좋아졌다”며 “내년에는 신의료기술 승인을 받아 뇌성마비 줄기세포 치료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줄기세포를 쓰면 모든 질환이 다 완벽히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가 제대혈 줄기세포로 뇌성마비 환자를 치료하게 된 계기는.
“자가 제대혈 줄기세포 임상 연구를 위해 환자를 모집했는데 자가 제대혈이 없으니 다른 사람 제대혈 줄기세포로 해달라는 환자가 많았다. 몇 달 사이 100명 정도 환자가 왔는데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동물실험 결과가 떠올랐다. 쥐 실험은 쥐 세포가 아니라 사람 세포를 넣어 좋아졌는데 사람끼리 안 좋아지리라는 법이 없다는 판단에 파일럿 연구를 했다. 타가 제대혈 줄기세포도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식 연구를 했다.”
▷뇌성마비 환자에게 타가 줄기세포 치료 성공은 의미가 클 것 같다.
“뇌성마비 아이들은 조산하거나 몸무게가 1㎏이 안 되는 상태로 태어나는 등 정상적으로 제대혈을 보관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 세포 수가 적으면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제대혈을 못 쓰는 환자가 많다.”
▷질환군을 뇌성마비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미국 듀크대 교수로부터 뇌성마비 아이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해 증상이 나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물실험 결과도 괜찮았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특성이 있다. 뇌성마비도 염증이 심하다는 특성이 있다. 뇌성마비가 가장 적합한 대상이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환자 증상은 얼마나 좋아졌나.
“인지기능은 치료 초기부터 좋아졌다. 뇌성마비 아기들이 짜증을 많이 낸다. 감각신경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울어서 치료하기 어려웠던 아이들 치료가 쉬워졌다고 했다. 운동기능은 3개월부터 좋아졌다. 뇌성마비 증상을 5단계로 측정하는 대동작기능분류시스템이 있는데 3단계인 아이들이 두번 치료를 받고 가장 좋은 단계인 1단계로 가기도 했다.”
▷좋아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줄기세포가 문제가 생긴 조직의 빈 곳으로 들어가 세포를 살린다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줄기세포가 선천성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뇌성마비는 염증 반응이 과하게 나타나는데 줄기세포가 염증 반응을 떨어뜨리는 것이 증명됐다. 염증이 가라앉고 선천성 면역 반응이 나타나고 신경가닥이 살아나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 효과가 큰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뇌성마비가 생긴 원인에 따라 다르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못 쉬어서 뇌 기저에 손상을 받은 아이들이 있다. 고개를 가누는 것부터 안 되는 아이들인데 눈에 띄는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 뇌실 주변 백질 부위에 문제가 생긴 백질연화증은 효과가 비교적 좋다. 눈에는 문제가 없는데 뇌에서 보는 것을 담당하는 신경이 상해 못 보는 아이들이 있다. 돌 전에 치료 받으면 볼 수 있게 된다.”
▷뇌성마비 외에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을 본 질환은 없는지.
“뇌졸중도 뇌가 손상된 질환이기 때문에 일부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교통사고가 나 생긴 외상성 뇌손상 환자도 연구했는데 효과가 괜찮았다. 제대혈이나 골수 줄기세포는 부작용 위험이 작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강력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적혈구 생성인자, 백혈구 과립자극인자 등과 함께 치료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데 줄기세포가 뿜어내는 줄기세포 엑소좀, 자기자극치료, 성장인자 주사 등을 결합하면 치매가 오는 것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
▷뇌성마비 환자 가족에게 한마디 한다면.
“뇌성마비를 가진 아이의 아빠가 긍정적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치료하다 보면 엄마보다 아빠가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많다. 진료를 받지 않다가 6~7세가 돼서 말을 못하면 병원에 오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 의사 말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