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연주에서 기획까지…30세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당찬 도전
클래식 연주자는 공연을 앞두고 그 무대만을 생각한다. 무대에서 연주할 두세 곡에 매달린다. 매번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음악적으로 더 크고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연주자들은 새롭게 성장할 전환점을 찾기를 원한다. ‘건반 위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사진)에게 최근 그런 기회가 생겼다.

손열음은 올해 13회째인 국내 최대 클래식 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부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악제에서 그는 직접 연주도 할 뿐만 아니라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과 함께 축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미 큰 규모로 자리 잡은 음악제에서 저명한 예술감독들 가까이에서 단계별로 배우게 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악가로서 성장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가 서른 살이란 젊은 나이에 큰 음악제의 부예술감독으로 발탁된 것은 감각적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정명화 감독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관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손 부감독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열음이 중점 추진하는 것은 새로운 장르와의 결합이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클래식과 재즈가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전 공연에서는 클래식과 재즈라는 장르가 완벽하게 대비되는 프로그램이 있는 정도였다면 이번엔 클래식과 재즈가 맞닿는 부분을 재밌게 해석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음악제에서 그가 연주하는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 G단조’(28일), 베르크의 ‘실내 협주곡 중 아다지오’(31일), 바르토크의 ‘두 대의 피아노와 퍼커션을 위한 소나타’(8월6일) 등도 새로운 도전이다.

“모두 처음 연주하는 곡이에요. 이번 음악제의 콘셉트가 ‘B’로 시작하는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어서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유명 작곡가의 익숙한 곡을 연주할 걸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숨은 명곡을 연주하게 됐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함께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르토크의 곡은 벌써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손열음은 바르토크를 “20세기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인류의 원시성을 꿰뚫어본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그의 음악은 선율과 화성에 익숙해진 우리 귀에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적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무엇보다 편하고 흥미롭게 다가오리라 확신합니다. 두 대의 피아노로 다양한 성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풍성한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