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잡는 '도심 혼잡통행료 부과' 쏙 뺀 서울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안은 혼잡통행료 부과를 통해 도심에 진입하는 자동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잡통행료를 부과했다간 여론의 반발이 작지 않아서….” 서울시가 ‘대기질 개선 특별대책’을 발표한 27일 기자와 만난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처럼 말끝을 흐렸다.

서울시는 2005년 이전에 등록된 2.5t 이상 노후 경유차 11만3000대의 운행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제한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노후 경유차를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7곳에 있는 폐쇄회로TV(CCTV)를 2019년까지 61곳으로 늘려 서울로 진입하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의 이날 발표에 대해 상당수 시 관계자들조차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핵심 대책이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이 지적한 핵심 대책은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통량 억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요인은 자동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석에서 “해외 주요 도시처럼 혼잡통행료 부과 등을 통해 도심으로 진입하는 자동차 수요를 억제해야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올해 안에 서울 사대문 안 도심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되면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하지만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혼잡통행료 부과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수차례 혼잡통행료 부과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혼잡통행료를 부과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혼잡통행료 부과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대책인 혼잡통행료 부과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서울시 안팎에서 제기된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을 따지기 전에 시민들과의 토론 등을 거쳐 혼잡통행료 부과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