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골프 한국 대표팀 코치인 박세리가 27일 올림픽 메달 전망과 은퇴 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올림픽 여자골프 한국 대표팀 코치인 박세리가 27일 올림픽 메달 전망과 은퇴 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당연히 목표는 금·은·동 다 휩쓰는 거죠! 하지만 메달 못 따도 따뜻하게 후배들을 맞아줬으면 좋겠어요.”

올림픽 골프 코치로 데뷔하는 ‘한국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메달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27일 서울 명동의 KEB하나은행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다음달 1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경기를 ‘K골프의 날’로 삼겠다는 야심이다. 그는 코스 사전답사와 대회 준비를 위해 11일 선수들에 앞서 브라질로 떠난다. 이번 대회에는 박인비(28·KB금융그룹) 김세영(23·미래에셋) 양희영(27·PNS창호)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 4명이 출전한다.

박세리는 “메달 목표를 밝히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4명 모두 컨디션이 좋아 기대를 충분히 걸어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최근 엄청난 상승세인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는 경계 대상 1호다. 그는 “대표팀 성적이 잘 안 나와도 귀국할 때 따뜻하게 맞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적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다. 그는 “대회장이 해안가를 낀 링크스 스타일 코스라서 강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안다”며 “누가 바람을 잘 이겨내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안전도 신경을 많이 쓸 부분이다. 그는 “지카바이러스도 문제지만 치안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불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한 조언보다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마음 상태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촌이 아니라 경기장 인근 아파트를 빌려 대표팀 숙소로 사용하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골프선수단 단체복은 모기에 잘 물리지 않도록 특별 제작했다. 박세리는 “브라질월드컵 때 도움을 준 한식 전문가에게 선수 식사와 숙소 관리 등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이달 초 US여자오픈을 끝으로 미국 투어에서 은퇴했다. 공식 은퇴 경기는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될 전망이다. 그는 “골프로 꿈을 이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너무 목표만을 향해 달리느라 인생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골프에만 전념하지 말고 공부나 취미활동 등 다방면에 관심을 두라고 후배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도 그런 아쉬움 때문이다.

그는 은퇴 후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은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전문 스포츠 행정가의 욕심도 살짝 내비쳤다.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해 협회(KLPGA)에서 행정 업무를 맡는 것에도 당연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더 훌륭한 분이 많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찬찬히 올라가겠다”고 덧붙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