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맏형' 현대자동차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 성장세에 힘입어 고객 만족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톱 3위권 내에서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순위가 대폭 하락한 현대차와 대조적이다.

기아차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자동차 상품성·디자인 만족도 조사'에서 대중 브랜드 21개 중 3위에 올랐다. 지난해 8위에서 5단계 순위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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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1위에 4개 모델의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는 K5(현지명 옵티마), 카니발(세도나), 쏘울, 쏘렌토가 1위에 올랐다.

반면 현대차는 8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2위에서 9위로 미끄러졌다. 부문별 톱은 투싼이 유일했다.

JD파워는 자동차, 가전제품, 헬스케어 등 각종 소비재 분야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만큼 각 업체들 브랜드 인지도를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기아차가 톱 브랜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내 SUV 특수는 기아차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SUV 열풍에 기아차의 쌍두마차 카니발과 쏘렌토는 지속적인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티지의 신차 효과도 브랜드 인기를 이끄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스포티지는 미 시장에서 상반기 4만2229대 팔리며 지난해 대비 76%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기아차의 효자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니로 등 신차 출시로 미국 시장에서의 SUV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품질 이슈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상품성 만족도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투싼 등의 후드 결함, YF쏘나타의 전동식파워스티어링힐(MDPS) 오작동 등의 문제로 미국에서 몇 차례 대량 리콜을 실시했다. 덕분에 수익성도 낮아졌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현대차는 품질 문제가 불거진 일부 차종에 대한 캠페인 비용으로만 약 500억~600억 원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품질 문제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두 브랜드의 입지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차는 2분기에 2010년 이후 최대 매출(14조4500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7709억원)은 8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부가가치가 높은 SUV 판매를 늘리면서 영업이익도 올라갔다. 기아차의 SUV 판매 비중은 상반기 38.4%로 작년보다 4.3%포인트 늘었다.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SUV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증가율은 판매 증가율을 앞섰다.

이에 비해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반떼AD와 LF쏘나타 등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 수요가 늘고 있는 SUV 공급을 확대하고 제네시스 G90, G80을 미국에 출시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