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래 부모들, 외국어보다 코딩 먼저 가르칠 것"
노인을 간호하는 로봇의 등장, 가정을 향한 사이버 공격, 멸종 동물의 부활, 암호화된 돈, 곳곳에서 프라이버시를 없애는 센서…. 미래산업이 바꿀 우리 생활의 변한 모습이다. 《알렉 로스의 미래산업 보고서》는 로봇, 유전체학 혁명, 디지털 화폐, 빅데이터 등 앞으로 20년 동안 경제와 사회를 바꿀 산업을 소개한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버락 오바마 후보 캠프에서 기술, 미디어&텔레커뮤니케이션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저자는 미디어 정책을 입안해 오바마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듬해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혁신 담당 수석자문관으로 영입돼 4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급변하는 산업 현장과 새로운 혁신 기술의 탄생을 목격했다. 그는 이런 변화 속에서 사회, 가족, 개인이 번성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경쟁력을 탐색한다.

저자는 먼저 로봇공학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달성한 첨단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과 생계에 막대하지만 불공평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한다. 앞으로 인간과 살아갈 로봇 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단순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택시기사는 필요 없어진다. 웨이트리스 로봇으로 레스토랑 일자리는 인간의 몫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생명공학 발달로 여유 있는 사람은 예전보다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코드화한 세상이 국가가 독점해온 돈과 권력을 바꿀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처럼 코드화한 시장은 경제 거래의 무게 중심을 물리적 상점이나 호텔에서 개인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음지에 있던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는 정부를 중심으로 한 기존 금융시스템과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한다. 거래 내역을 모두에게 투명에게 공개하고 분배하는 블록체인이라는 획기적 보안기술을 통해 디지털 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에서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부모 세대가 마련할 대책을 제시한다. 기계 번역의 발달로 작은 이어폰만 귀에 꽂으면 외국어가 모국어로 통역돼 들릴 날이 10년 안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 컴퓨터 코딩 언어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단지 엔지니어가 되거나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다.

분석기술의 부상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한다. 사람들이 수행하는 일상적인 작업이 모두 컴퓨터로 넘어가면 분석기술만 남게 된다는 것. 따라서 아이들에게 과거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초학문을 교육하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알렉 로스의 이런 의견은 미국 민주당의 새 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젊은 파워엘리트의 관점을 대변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저자의 인식과 전망이 차세대 미국 정부의 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