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과 가전제품에 연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 수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리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재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다른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한국산 냉연강판에 최대 65%의 반덤핑·상계 관세 판정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두 관세를 합해 총 38.24%의 관세를 물게 됐다. 포스코에는 64.58%의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업계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열연강판 반덤핑 최종판정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철강회사들은 연간 115만t의 열연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 철강사 전체 수출량의 약 13%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5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 규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냉연제품은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량이 많지 않아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열연제품은 대표적인 수출 제품”이라며 “열연제품에도 냉연강판 수준의 높은 반덤핑 관세율이 부과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타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사 관계자는 “미국 수출을 포기하고 대미 수출 물량을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분산해 수출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나라에도 확산돼 수출량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상무부가 지난 20일 중국에서 만든 삼성전자 및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삼성전자 세탁기에 111%, LG전자 세탁기에 4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오는 12월 최종판정에서도 이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면 세탁기 수출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