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후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부기관이 담당 인력도 지정하지 않는 등 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8일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청탁금지법 시행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근절되고, 나아가 국가 청렴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두 달여 남은 기간에 시행령 제정과 직종별 매뉴얼 마련, 공직자 및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을 규정한 김영란법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초 공표된다.

그러나 권익위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기관 등 1400여곳 가운데 이날까지 ‘청탁방지 담당관’이나 위반행위 신고·처리 조직을 구성한 곳은 100곳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지난 6월 말까지 청탁방지담당관(국장 또는 과장급)을 지정해 보고해달라고 각 기관에 요청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각 기관은 신고를 접수한 뒤 자체 징계를 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며, 심지어 법원에 과태료까지 부과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윤리강령을 만들어 직원을 교육하고 서약서까지 받도록 김영란법과 시행령은 규정하고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기존 감사부서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행 초기에 신고가 폭주할 경우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위반행위의 신고를 받는 감사원과 감독기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도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방지 신고를 처리해온 노하우가 있는 만큼 국민들로부터 위반 신고가 와도 처리할 수 있다”며 “위반신고를 전담할 청탁금지제도과에 배정된 인원은 다섯 명”이라고 했다. 경찰도 수사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별도 팀을 꾸린다는 계획만 세워놓은 상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