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은데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동통신업계 1등 자리를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 수준은 시장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밑돌았다"며 "무선통신시장 안정화에 따른 마케팅비 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성장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전날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073억6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2672억8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7%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909억9000만원으로 26.87% 줄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영업이익 성장이 제한되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회사 사업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이 부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 연구원은 "SK플래닛의 프로모션 강화로 영업비용 증가폭이 컸고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순이익 감소를 이끌었다"며 "하반기에도 자회사의 비용 지출이 이어져 수익성 개선은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왕좌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 KT는 이날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SK텔레콤을 제쳤다. 4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4270억원)하면서 SK텔레콤(4074억원)보다 많은 수준의 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KT가 SK텔레콤보다 많은 분기 영업이익을 올린 건 롱텀에볼루션(LTE)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KT의 이동통신 가입자당매출(3만6527원) 역시 SK텔레콤(3만6205원)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SK텔레콤의 위기의식은 주식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KT의 호실적이 전해진 이후 상승 흐름을 유지하던 SK텔레콤의 주가는 하락 전환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전날보다 1000원(0.22%) 내린 22만8500원에 거래중이다. 반면 KT의 주가는 1% 가까이 오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단기적으로는 통신 3사 중 투자 매력도가 가장 낮다"며 "올해 이익 감소가 유력한 상황에서 주가수익비율(PER)도 15배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CJ헬로비전의 인수 실패 후 경영전략 수정이 아직 어려워보이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주가가 24만원 근방까지 반등할 경우 단기 비중 축소 전략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식 매수는 올해 연말 이후로 한 템포 늦출 것을 권고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