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김수진 "고향 떠난 외로움 잘 알기에…친정 언니·엄마의 마음으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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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전문 결혼정보업체 '엔케이결혼' 김수진 대표
"'부디 잘 살아라' 펑펑 울곤 하죠"
"북한은 안되겠다" 생각에 탈북
32세 때 '외화벌이' 중국서 접한 넓은 세상
남한 정착후 구멍가게 키워 슈퍼마켓으로 성공
남남북녀 커플 500쌍 맺어줘
둘째 키우며 취미로 탈북민 커뮤니티 운영
"북한 여성 소개시켜 달라" 쪽지에 사업화
탈북 여성의 이상형은 '듬직한 사람'
북한서 선호하는 공무원·운수업자 등 인기
'가족을 만들어 주는 일'…절실함 돕고
"'부디 잘 살아라' 펑펑 울곤 하죠"
"북한은 안되겠다" 생각에 탈북
32세 때 '외화벌이' 중국서 접한 넓은 세상
남한 정착후 구멍가게 키워 슈퍼마켓으로 성공
남남북녀 커플 500쌍 맺어줘
둘째 키우며 취미로 탈북민 커뮤니티 운영
"북한 여성 소개시켜 달라" 쪽지에 사업화
탈북 여성의 이상형은 '듬직한 사람'
북한서 선호하는 공무원·운수업자 등 인기
'가족을 만들어 주는 일'…절실함 돕고
“제 소개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한 탈북 여성이 오늘 새벽에 ‘방금 아기를 낳았다’며 아기 사진을 보내줬어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외롭게 살던 친구가 이렇게 가족을 꾸리는 걸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탈북자 전문 결혼업체 엔케이결혼의 김수진 대표(42·사진)가 지금까지 맺어준 ‘남남북녀(南男北女)’ 커플은 500쌍에 이른다. 가족과 친척, 친구를 모두 북한에 두고 홀로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이 대다수여서 이 중 100여번은 김 대표가 혼주석에 앉아 결혼을 지켜봤다고 한다. 김 대표는 “친정 엄마, 친정 언니를 대신해 결혼식에 참석하다 보니 ‘부디 잘살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펑펑 울곤 한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2006년 가족과 탈북
김 대표도 2006년 8월 한국으로 온 탈북자다. 고향은 아오지탄광으로 유명한 함경북도 아오지. 그는 25세가 되던 해 남편과 결혼해 함경북도의 대도시 청진으로 이사했다. 전문대에서 농업학을 공부했지만 마땅히 전공을 살릴 일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에 다니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청진에 있는 식품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회사는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과 교역하면서 식자재를 유통하는 곳이었다. 사내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에 32세 때 중국에 나갈 기회를 얻었다. 김 대표는 “명절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중국에 갔는데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데 깜짝 놀랐다”며 “당시 7세였던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그는 식품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서울 중곡동에 작은 슈퍼마켓을 차렸다.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구멍가게가 번듯한 슈퍼마켓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서울 은평·강서·양천구 등에도 슈퍼마켓을 열었다. 한 곳이 잘 운영되면 같은 탈북자 출신 직원에게 맡기고 다른 슈퍼마켓을 인수했다. 동시에 2~3개 슈퍼마켓을 운영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일했다고 한다.
쉼표 없이 흘러가던 김 대표의 삶에 또 다른 전환점이 있었다. 둘째 아이를 가진 것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찾았다. 그는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려고 처음엔 크림, 주류 등 북한산 제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한 달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여성 소개해달라” 쪽지 100통
시행착오 끝에 탈북자 전문 결혼정보업에 발을 들였다. 취미 삼아 운영하던 탈북자 커뮤니티 사이트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탈북자끼리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이 사이트를 보고 탈북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 의외로 많았다”며 “많으면 하루에 10통씩, 한 달에 100통 가까이 ‘북한 여성을 소개해 달라’는 쪽지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쪽지를 보낸 남성과 주변에 아는 탈북 여성을 몇 번 연결해줘 보니 사업 아이템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11년 11월 서울 양천구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창고에 컴퓨터를 한 대 두고 시작한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김 대표는 “한 달 만에 회원 10명을 모집해 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며 “창고에 있던 짐을 오피스텔로 옮기고 슈퍼마켓에서 일하던 직원도 한 명 데려와 본격적으로 결혼정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 수가 늘어나 자리가 모자랄 때마다 사무실을 옮겼다. 현재 서울 양천구 목동로에 있는 사무실이 네 번째다.
김 대표는 “슈퍼마켓 창고에서 컴퓨터 한 대 두고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커플 매니저만 12명이나 있다”며 “탈북자 전문 결혼정보업체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큰 회사로 키웠다”고 말했다.
엔케이결혼은 결혼정보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통일부가 선정한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에 꼽혔다.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은 기업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고 탈북자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통일부가 사업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금전적 지원보다는 경영컨설팅부터 세무, 노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그냥 결혼정보업체가 아니라 사회적기업으로서 경영인의 마인드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CEO부터 군인까지 남성 고객 다양해
남남북녀 커플이 늘어난 데는 TV 프로그램에서 탈북 미녀들이 패널로 등장한 영향이 크다고 한다. 김 대표는 “TV에 등장한 탈북 여성들을 보고 상담을 원하는 남성 고객이 많다”며 “탈북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가족애가 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남성 고객의 직업군은 다양한 편이다. 그는 “예전에는 국제결혼에 실패한 농촌 노총각의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엔 혼기를 놓친 일반 회사원이 많다”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부터 직업군인, 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탈북 여성과 결혼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직업군인에게 공무원이 탈북 여성과 결혼해도 괜찮으냐고 물어봤다가 ‘요즘 시대에 탈북 여성과 결혼한 것을 문제 삼으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회원들은 따로 등급을 매겨 관리하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연결해준다. 서로의 이상형보다는 배려심이 많은 남녀가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의외로 북한 여성들은 자산이나 연봉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자신이 맨몸으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감을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북한 여성의 이상형을 꼽아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듬직한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며 “북한에서 선호하는 직종인 공무원과 트럭기사 등 운수업자도 인기”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은 순종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한다. 북한도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드라마 등을 접하고 여성이 경제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권위적인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많은 남성이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북한 여성을 찾는 건 잘못된 환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탈북 여성은 ‘이방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말 한마디에도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한다’고 여겨 큰 상처를 받는다”며 “탈북 여성에겐 배려심 깊고 따뜻한 남성을 만나서 결혼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형제를 북에 두고 온 탈북 여성들이 얼마나 가족을 꾸리고 싶어하는지 그 절실함을 알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결혼 중개업이 아니라 가족을 이뤄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죽음과 인신매매 등 위험을 이겨내고 힘들게 정착한 탈북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탈북자 전문 결혼업체 엔케이결혼의 김수진 대표(42·사진)가 지금까지 맺어준 ‘남남북녀(南男北女)’ 커플은 500쌍에 이른다. 가족과 친척, 친구를 모두 북한에 두고 홀로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이 대다수여서 이 중 100여번은 김 대표가 혼주석에 앉아 결혼을 지켜봤다고 한다. 김 대표는 “친정 엄마, 친정 언니를 대신해 결혼식에 참석하다 보니 ‘부디 잘살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펑펑 울곤 한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2006년 가족과 탈북
김 대표도 2006년 8월 한국으로 온 탈북자다. 고향은 아오지탄광으로 유명한 함경북도 아오지. 그는 25세가 되던 해 남편과 결혼해 함경북도의 대도시 청진으로 이사했다. 전문대에서 농업학을 공부했지만 마땅히 전공을 살릴 일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에 다니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청진에 있는 식품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회사는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과 교역하면서 식자재를 유통하는 곳이었다. 사내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에 32세 때 중국에 나갈 기회를 얻었다. 김 대표는 “명절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중국에 갔는데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데 깜짝 놀랐다”며 “당시 7세였던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그는 식품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서울 중곡동에 작은 슈퍼마켓을 차렸다.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구멍가게가 번듯한 슈퍼마켓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서울 은평·강서·양천구 등에도 슈퍼마켓을 열었다. 한 곳이 잘 운영되면 같은 탈북자 출신 직원에게 맡기고 다른 슈퍼마켓을 인수했다. 동시에 2~3개 슈퍼마켓을 운영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일했다고 한다.
쉼표 없이 흘러가던 김 대표의 삶에 또 다른 전환점이 있었다. 둘째 아이를 가진 것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찾았다. 그는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려고 처음엔 크림, 주류 등 북한산 제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한 달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여성 소개해달라” 쪽지 100통
시행착오 끝에 탈북자 전문 결혼정보업에 발을 들였다. 취미 삼아 운영하던 탈북자 커뮤니티 사이트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탈북자끼리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이 사이트를 보고 탈북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 의외로 많았다”며 “많으면 하루에 10통씩, 한 달에 100통 가까이 ‘북한 여성을 소개해 달라’는 쪽지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쪽지를 보낸 남성과 주변에 아는 탈북 여성을 몇 번 연결해줘 보니 사업 아이템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11년 11월 서울 양천구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창고에 컴퓨터를 한 대 두고 시작한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김 대표는 “한 달 만에 회원 10명을 모집해 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며 “창고에 있던 짐을 오피스텔로 옮기고 슈퍼마켓에서 일하던 직원도 한 명 데려와 본격적으로 결혼정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 수가 늘어나 자리가 모자랄 때마다 사무실을 옮겼다. 현재 서울 양천구 목동로에 있는 사무실이 네 번째다.
김 대표는 “슈퍼마켓 창고에서 컴퓨터 한 대 두고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커플 매니저만 12명이나 있다”며 “탈북자 전문 결혼정보업체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큰 회사로 키웠다”고 말했다.
엔케이결혼은 결혼정보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통일부가 선정한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에 꼽혔다.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은 기업의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고 탈북자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통일부가 사업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금전적 지원보다는 경영컨설팅부터 세무, 노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그냥 결혼정보업체가 아니라 사회적기업으로서 경영인의 마인드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CEO부터 군인까지 남성 고객 다양해
남남북녀 커플이 늘어난 데는 TV 프로그램에서 탈북 미녀들이 패널로 등장한 영향이 크다고 한다. 김 대표는 “TV에 등장한 탈북 여성들을 보고 상담을 원하는 남성 고객이 많다”며 “탈북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가족애가 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남성 고객의 직업군은 다양한 편이다. 그는 “예전에는 국제결혼에 실패한 농촌 노총각의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엔 혼기를 놓친 일반 회사원이 많다”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부터 직업군인, 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탈북 여성과 결혼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직업군인에게 공무원이 탈북 여성과 결혼해도 괜찮으냐고 물어봤다가 ‘요즘 시대에 탈북 여성과 결혼한 것을 문제 삼으면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회원들은 따로 등급을 매겨 관리하지 않는다. 상담을 통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연결해준다. 서로의 이상형보다는 배려심이 많은 남녀가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의외로 북한 여성들은 자산이나 연봉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자신이 맨몸으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감을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북한 여성의 이상형을 꼽아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듬직한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며 “북한에서 선호하는 직종인 공무원과 트럭기사 등 운수업자도 인기”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은 순종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한다. 북한도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드라마 등을 접하고 여성이 경제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권위적인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많은 남성이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북한 여성을 찾는 건 잘못된 환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탈북 여성은 ‘이방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말 한마디에도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한다’고 여겨 큰 상처를 받는다”며 “탈북 여성에겐 배려심 깊고 따뜻한 남성을 만나서 결혼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형제를 북에 두고 온 탈북 여성들이 얼마나 가족을 꾸리고 싶어하는지 그 절실함을 알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결혼 중개업이 아니라 가족을 이뤄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죽음과 인신매매 등 위험을 이겨내고 힘들게 정착한 탈북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