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먹이 주고, 빵 만들고…'오감만족' 낙농테마파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Life & Style
매일유업 낙농테마파크 전북 고창 상하농원 가보니
개장 100일…2만여명 발길
현지 농산물 팔고 현지주민 채용
인근 관광지 방문객 10% 증가
고창서 '창조농업' 싹 틔워
내년 리조트·웨딩으로 사업 확장
"관광객 30만명·매출 300억 목표"
매일유업 낙농테마파크 전북 고창 상하농원 가보니
개장 100일…2만여명 발길
현지 농산물 팔고 현지주민 채용
인근 관광지 방문객 10% 증가
고창서 '창조농업' 싹 틔워
내년 리조트·웨딩으로 사업 확장
"관광객 30만명·매출 300억 목표"
“아저씨, 수박 한 통 더요. 아니 두 통 더 주세요.” 지난 22일 남편, 다섯 살 아들과 함께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을 찾은 김혜원 씨(38)는 농원 내 ‘파머스마켓’에서 판매하는 고창 수박을 세 통이나 차에 실었다. 수원에서 가족여행차 놀러왔다는 김씨는 “요즘 마트에 가면 수박 한 통에 2만원인데 여기선 절반값에 팔아 많이 샀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4월 매일유업이 체험형 낙농테마파크 ‘상하농원’을 열면서 고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에선 지역 농민과 기업이 협력해 1차산업인 농업과 2차산업인 제조업, 3차산업인 서비스·유통·관광산업을 연계하는 ‘6차산업’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위기정 상하농원 매니저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농가들이 농장 개장 후 지난 3개월여간 활발한 농작물 유통과 관광객 유입 등을 목격하고선 새 곡물을 심고 적극적으로 판매활동에 나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늘고 농산물 유통 활발
상하농원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8년 동안 준비해 문을 연 낙농테마파크다. 30일이 개장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일본 6차산업 성지’로 꼽히는 일본 중부 미에현 이가시 모쿠모쿠농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30년 가까이 된 모쿠모쿠는 1987년 축산농가에서 생산한 소시지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작은 체험교실을 열면서 시작됐다. ‘돼지 경주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연간 3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연매출 600억원을 올리는 관광명소로 성장했다.
상하농원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다. 고창의 ‘젊은 농부’들을 직접 채용해 농원 안에서 작물을 기른다. 이렇게 길러진 농산물은 상하농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음식 재료로 쓰인다. 또 고창군 49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원 내 파머스마켓에서 쌀, 잡곡, 과일, 채소류 등 70여종의 농산물을 판매한다. 이렇게 번 돈은 지역 농가와 나눈다. 상하농원은 10%의 수수료를 갖고 나머지는 농가 몫이다.
이곳에 블루베리를 공급하는 고창군 농부 김환식 씨는 “농산물을 재배하고도 판로 개척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상하농원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제공받는다”고 말했다. 파머스마켓에 작물을 공급하는 농부는 한 달에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정산받는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을 고창 농산물을 취급하는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으로 키울 예정이다.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상하농원의 현재 직원 수는 60명. 이 중 40%는 고창 출신이다. 상하농원에서 ‘젊은 농부’로 일하는 신문식 씨는 “생활터전 가까이에서 농사를 짓고 축산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입사했다”며 “농산물 재배는 물론 유통과 서비스까지 배워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에서 제조, 서비스·관광까지
상하농원은 관광명소가 돼가고 있다. 청보리밭, 동물농장, 체험공방 등으로 꾸며진 9만9000㎡ 규모의 상하농원은 개장 후 지금까지 2만20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입장료(성인기준 8000원)와 공방에서 소시지, 잼, 아이스크림, 빵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주요 수익모델이다. 체험 가격은 프로그램에 따라 1만~1만5000원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객실 30여개를 갖춘 리조트와 스파시설이 들어선다.
웨딩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일본의 또 다른 6차산업 농장인 규슈 북부 후쿠오카현 도카군의 부도노키농장처럼 웨딩 명소로 키울 계획이다. 포도밭으로 유명한 부도노키농장은 일반 결혼식장보다 저렴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5000쌍 넘는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박재범 상하농원 대표는 “2020년까지 관광객 30만명을 유치해 누적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상하농원은 농원 외에 인근 관광지까지 둘러보려는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고창군과 협력해 연계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고창군은 2013년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환경이 주요 관광자원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고창부안갯벌 람사르습지, 선운산도립공원, 운곡 람사르습지, 동림저수지 야생동식물보호구역, 고인돌 같은 명소의 방문객 수가 상하농원이 들어선 뒤 평균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 6차산업
농어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1차) 이를 제조·가공해(2차) 유통 판매, 체험, 관광, 서비스(3차) 등과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1·2·3차산업이 한번에 이뤄진다는 뜻에서 6차(1차×2차×3차)산업이라고 불린다. 소득 정체와 성장 한계에 직면한 농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돼지경주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일본의 모쿠모쿠농장이 대표적인 6차산업 모델이다.
고창=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상하농원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8년 동안 준비해 문을 연 낙농테마파크다. 30일이 개장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일본 6차산업 성지’로 꼽히는 일본 중부 미에현 이가시 모쿠모쿠농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30년 가까이 된 모쿠모쿠는 1987년 축산농가에서 생산한 소시지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작은 체험교실을 열면서 시작됐다. ‘돼지 경주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연간 3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연매출 600억원을 올리는 관광명소로 성장했다.
상하농원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다. 고창의 ‘젊은 농부’들을 직접 채용해 농원 안에서 작물을 기른다. 이렇게 길러진 농산물은 상하농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음식 재료로 쓰인다. 또 고창군 49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원 내 파머스마켓에서 쌀, 잡곡, 과일, 채소류 등 70여종의 농산물을 판매한다. 이렇게 번 돈은 지역 농가와 나눈다. 상하농원은 10%의 수수료를 갖고 나머지는 농가 몫이다.
이곳에 블루베리를 공급하는 고창군 농부 김환식 씨는 “농산물을 재배하고도 판로 개척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상하농원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제공받는다”고 말했다. 파머스마켓에 작물을 공급하는 농부는 한 달에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정산받는다.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을 고창 농산물을 취급하는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으로 키울 예정이다.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상하농원의 현재 직원 수는 60명. 이 중 40%는 고창 출신이다. 상하농원에서 ‘젊은 농부’로 일하는 신문식 씨는 “생활터전 가까이에서 농사를 짓고 축산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입사했다”며 “농산물 재배는 물론 유통과 서비스까지 배워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에서 제조, 서비스·관광까지
상하농원은 관광명소가 돼가고 있다. 청보리밭, 동물농장, 체험공방 등으로 꾸며진 9만9000㎡ 규모의 상하농원은 개장 후 지금까지 2만20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입장료(성인기준 8000원)와 공방에서 소시지, 잼, 아이스크림, 빵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주요 수익모델이다. 체험 가격은 프로그램에 따라 1만~1만5000원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객실 30여개를 갖춘 리조트와 스파시설이 들어선다.
웨딩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일본의 또 다른 6차산업 농장인 규슈 북부 후쿠오카현 도카군의 부도노키농장처럼 웨딩 명소로 키울 계획이다. 포도밭으로 유명한 부도노키농장은 일반 결혼식장보다 저렴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5000쌍 넘는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박재범 상하농원 대표는 “2020년까지 관광객 30만명을 유치해 누적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상하농원은 농원 외에 인근 관광지까지 둘러보려는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고창군과 협력해 연계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고창군은 2013년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환경이 주요 관광자원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고창부안갯벌 람사르습지, 선운산도립공원, 운곡 람사르습지, 동림저수지 야생동식물보호구역, 고인돌 같은 명소의 방문객 수가 상하농원이 들어선 뒤 평균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 6차산업
농어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1차) 이를 제조·가공해(2차) 유통 판매, 체험, 관광, 서비스(3차) 등과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1·2·3차산업이 한번에 이뤄진다는 뜻에서 6차(1차×2차×3차)산업이라고 불린다. 소득 정체와 성장 한계에 직면한 농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돼지경주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일본의 모쿠모쿠농장이 대표적인 6차산업 모델이다.
고창=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