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과도한 지원, 압력 있었다"…라가르드 비판한 IMF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럽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과도하게 지원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중립적이어야 할 국제기구가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 훨씬 관대했다는 평가다.

IMF의 자체 감시조직인 독립평가사무소(IEO)는 28일(현지시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위기와 IMF’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2010년 300억유로(약 37조3600억원), 2012년 280억유로를 지원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도 각각 225억유로(2010년)와 260억유로(2011년)를 투입했다. 이들 국가는 당초 할당된 규모의 20배를 지원받았다. 한 국가에 대출해주는 최대 한도도 세 배를 초과했다. 2011~2014년 IMF가 빌려준 돈의 80%가 이들 3개국에 몰렸다.

IEO는 보고서에서 IMF 자금지원 과정에서 국가가 공공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긴급구제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저버리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IEO는 “유로존 3개국에 대한 IMF의 지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하고 있었다”며 “IMF가 위기관리자로서 영민함을 잃었다”고 혹평했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결정하면 IMF는 따라가는 역할밖에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데일리메일은 IEO가 보고서를 IMF 이사회에 전달했을 때 아시아와 남미 출신 이사들이 친(親)EU 성향의 지원 과정에 크게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IEO는 IMF가 EU에 기울어진 이유를 정치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IMF 이사회와 관리자들은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할 절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사진)는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전제 아래 나온 제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IEO가 EU의 정치적 압력에 대한 증거를 내놓지 않았지만 그런 증거는 문서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