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의 기업공개(IPO)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역대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한 더블유게임즈와 2014년 코스닥 공모 규모 1위에 올랐던 데브시스터즈 주가가 모두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까지 주저앉은 탓이다. 게임업체 중에서도 이들처럼 단일 게임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공모주 가치평가(valuation)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블유게임즈 주가는 지난 29일 3만78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IPO 당시 공모가 6만5000원의 58% 수준이다. 이 회사는 카지노게임인 ‘더블유카지노’로 매출의 95%(상장 직전 사업연도 기준)를 올리고 있다.

같은 날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공모가(5만3000원)의 절반 수준인 2만7000원에 마쳤다. 이 회사 역시 모바일 게임 ‘쿠키런’ 매출이 전체의 98%에 달할 정도로 단일 게임 비중이 절대적이다.

단일 게임주의 급락은 다른 게임업체들의 자금조달 계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온라인게임 ‘크리티카’ 개발업체인 올엠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두 달 만인 지난 5월 말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먼저 상장한 회사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 탓에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올엠은 ‘크리티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9억원과 48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9%, 491% 성장했다.

하나의 게임에 크게 의존하는 게임업체들의 가치 평가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잠재 경쟁자들이 많고 1년 뒤 유행도 내다보기 힘들다”며 “특정 게임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가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력이 길고 사업구조가 안정적인 경쟁사와 같은 PER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2년 설립된 더블유게임즈는 엔씨소프트와 웹젠, 네오위즈게임즈 등의 PER을 참고해 순이익 대비 33배를 적정가치로 평가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