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이매진컵 2016 월드파이널’ 쇼케이스에서 튀니지팀 ‘바실리스크’가 신발 밑창에 가해지는 압력을 센서로 측정해 당뇨병성 족부궤양 증상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 28일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이매진컵 2016 월드파이널’ 쇼케이스에서 튀니지팀 ‘바실리스크’가 신발 밑창에 가해지는 압력을 센서로 측정해 당뇨병성 족부궤양 증상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난 26~29일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창업대회 ‘이매진컵 2016 월드파이널’은 첨단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가 결합된 아이디어와 신제품의 경연장이었다. 당뇨병 환자의 상태를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신발, 눈동자 사진만 찍어도 영양상태를 알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 등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시도가 세계 34개국에서 온 학생들의 손끝에서 구현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각국의 학생이 오늘날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기술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이매진컵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솔루션 ‘봇물’

올해 14회째를 맞는 이매진컵은 매년 청년창업 동향 및 방향성을 알 수 있는 대회로 손꼽힌다. 각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팀이 참가한다. 올해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헬스케어 및 정보격차 해소와 관련한 창업아이템이 두드러졌다.

‘월드챔피언’으로 선정된 루마니아팀 ‘엔티’는 자세측정 솔루션을 선보였다. 엔티는 기존 초음파 기기 대신 손바닥만 한 모바일 기기를 등에 대면 척추 상태와 몸의 균형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플라비아 오프레아 팀장은 “이번에 선보인 기기의 크기를 줄여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착용형) 형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수 제작한 신발만 신어도 당뇨병성 족부궤양 증상을 수시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튀니지에서 온 학생창업팀 ‘바실리스크’의 페르치치 가센은 “신발 밑창에 센서를 부착해 압력을 측정한다”며 “당뇨병 환자의 발 크기와 족부궤양 깊이의 미세한 변화까지 파악해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동자를 찍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렌즈와 앱을 개발한 멕시코팀 ‘아이어스’, 호흡 상태로 천식 증상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및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한 대만팀 ‘아이슈’도 주목받았다. 헝가리팀 ‘메드케이스’는 전공의의 실습교육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증상에 맞는 진료방법, 소요시간·비용까지 확인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이노베이션부문 2위를 차지했다.

◆소외계층의 정보접근성 제고

참가자들은 시각장애인, 자폐아, 노인 등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적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상하 방향키와 클릭 버튼으로 구성된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컨트롤러(나이지리아팀 ‘휴먼’), 주위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해 음성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기기 ‘마티아’(폴란드팀 ‘사일로소프트’) 등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기술이 소개됐다.

학생 개발자들은 가정간호 시스템 시장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싱가포르팀 ‘유이’는 노인 돌봄 로봇을, 크로아티아팀 ‘홈 가디언스’는 각 방에 설치된 센서로 자폐아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주보’를 개발했다.

커트 스텍 MS 이매진컵 총괄은 “참가팀의 주축을 이루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과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올해는 말더듬이 증상 치료, 가정간호 솔루션 등 헬스케어 사례 발표가 주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