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업계가 본격 르네상스를 맞은 것은 1990년대다. 금융시장 개방으로 1992년 JP모간 메릴린치 다이와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다. 미래에셋이 창립한 것도 이때다.

첫 고비는 외환위기였다. 동서증권과 고려증권 등이 잇따라 문을 닫은 반면 LG·현대·삼성 등 대기업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그룹의 지원을 업고 업계 상위권으로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현대증권은 1999년 3월 ‘바이코리아 펀드’를 판매하면서 석 달간 12조원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업계 판이 흔들린다] 증권업계 시대별 발자취
2000년대 초반에는 ‘정보기술(IT) 거품’으로 증권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주가가 수십 배씩 급등하는 종목이 쏟아지자 개인들이 주식 투자의 전면에 등장했다. 신생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도 순식간에 대형사로 성장했다. 2004년엔 LG카드 사태로 대형 증권사의 빅딜이 일어났다. LG그룹이 당시 업계 2위 LG투자증권을 헐값에 넘긴 것이다. 이 회사는 우리증권과 합병,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국내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에 접어든 2000년대 중반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업계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인사이트’ 펀드 등을 히트시키며 펀드 열풍을 불러왔다. 2008년은 증권사들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된 해였다. 그해 5월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면서 증권사 진입 규제가 완화됐다. 이후 6년 만에 8개 증권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2010년 이후 증권업계 수익성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증권가에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동시에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집중하면서 업계 순위가 매년 요동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