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높은 수준의 전문성·독립성 갖춘 감사위원회·외부감사인 역할 중요
지난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일본 도시바의 회계부정 스캔들을 계기로 감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외부 회계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제3자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바는 2008년 금융위기 및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나빠진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수년간 1조4000억원대의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바의 감사위원회는 과반수가 사외이사였지만 전직 외교관 등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로 구성돼 전문성이 부족했다. 감사위원장도 전직 사내 재무임원이 담당하는 등 독립성이 결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부터 국내 모든 상장사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2014년부터 국제감사기준에 따라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해야 한다. 이런 회계 및 외부감사 관련 제도의 변화에 따라 감사위원회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감사위원회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회계기준 특징으로는 규정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이라는 점이다. 자회사의 재무성과까지 포함해 표시하는 연결재무제표가 주(主)재무제표가 된다. 따라서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을 감독해야 하는 감사위원회는 보다 높은 수준의 회계적인 전문성이 요구된다. 원칙적 회계규정에 대한 이해 외에도 실적용의 타당성에 대한 부분까지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는 관계회사 간 복잡한 내부거래에 대한 내용 파악까지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감사위원들은 재무, 회계, 감사 관련 경험이나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한 특정 회계원칙이 왜 선택됐고, 어떻게 적용됐으며 그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이해력이 요구된다. 개정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필수적이다.

국제감사기준 도입에 따른 감사위원회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 국제감사기준은 외부감사인과 내부감시기구인 감사위원회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외부감사 관련 감사 및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사례’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외부감사인의 선임 및 외부감사 시행, 외부감사 종료 시까지 주기적으로 외부감사인과 커뮤니케이션해 실질적인 외부 감사·감독의 역할을 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개정 국제감사기준의 ‘핵심감사제(Key Audit Matters)’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기업의 회계감사를 하면서 중요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상세하게 서술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주산업은 이미 도입이 확정됐다. 핵심감사제가 도입되면 주요 감사항목을 감사위원회와 외부감사인이 협의해 결정해야 하므로 외부감사에서 감사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중 < 삼정KPMG 감사부문 제조사업본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