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 "근본적 구조개혁 없인 성장 못한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 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사진)은 “놀라운 성장과 잠재력을 보여준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하락, 청년실업 증가, 인구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노사갈등 심화 등으로 최근 저성장 위기에 직면했다”며 “침체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하계 초·중등교사 경제연수 ‘한국 경제의 개혁과제’ 특강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전국 초·중등교사 160명을 대상으로 한 전경련의 초중등교사 경제교육 역량 강화 연수에는 현직 최고경영자(CEO)와 경제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며 지난달 26일 시작돼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조 회장은 이날 저성장기에 있는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한 4대 해법으로 △노동·교육 분야의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의 유연화 △정부 개입 축소를 통한 시장기능의 제고 △금융기능 제고를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화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통한 재정 건전화 등을 제시했다. 노동 교육 금융 등에서의 과도한 규제로 시장의 가격 기능이 떨어진 부문을 개혁해야 한국 경제가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급격한 경제 성장 뒤에도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도입한 가격통제, 식량 배급 등 국가사회주의 제도 여파로 독일은 전쟁이 끝난 뒤 극한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19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은 공산품에 대한 가격통제 해제, 재화 배급제 폐지 등 시장경제제도를 재도입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구조개혁 성패에 따라 최근 주요 선진국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경제 성장이 정체에 빠지자 독일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빠르게 시행하고,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 등을 결합하는 생산성 개혁에 나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면서도 “일본은 1990년대 성장률이 떨어지는데도 구조개혁을 미뤄 저성장이 20년간 이어지는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4년부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해왔다. 거시경제학 전문가로 한경 테샛 출제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