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 6월29일 대전 한남대에서 열린 KT의 ‘청춘해’ 콘서트 무대에 선 MC 고영배 씨(맨 앞)와 밴드 데이브레이크(뒷줄 왼쪽 4명), 10㎝(뒷줄 오른쪽 2명)가 관객 1600여명과 함께 V자를 그리고 있다. KT 제공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 6월29일 대전 한남대에서 열린 KT의 ‘청춘해’ 콘서트 무대에 선 MC 고영배 씨(맨 앞)와 밴드 데이브레이크(뒷줄 왼쪽 4명), 10㎝(뒷줄 오른쪽 2명)가 관객 1600여명과 함께 V자를 그리고 있다. KT 제공
정부가 많은 사람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정한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기업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시작된 2014년 1월엔 참가 기업이 4곳에 불과했으나 대중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지난달에는 65곳으로 급증했다. 각 기업은 참신하고 다양한 주제로 공연과 영화 상영, 전시 등을 펼치고 있다. 관객 반응도 뜨겁다.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프로그램은 조기에 매진된다. 문화가 있는 날에 문화로 대중과 소통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는 ‘문화가 있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청춘의 꿈 응원하는 '문화 한마당'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고요? 열심히 하면 목소리가 6개월마다 한 음씩 올라가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밴드 칵스)

“여군 시험에 떨어진 거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저도 대학 시험 떨어지고 그랬어요. 용기 내서 다시 도전하면 다 잘될 거예요.” (가수 유승우)

지난달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충남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열린 KT의 ‘청춘해(청춘을 응원해)’ 콘서트 현장.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 여군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학생 등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연애, 외모 얘기까지 나왔다. 그럴 때마다 출연자들은 일일이 공감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고 700명에 달하는 20대 관객은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신나는 음악 공연도 펼쳐졌다. 유승우는 드라마 ‘또 오해영’의 주제곡 ‘사랑이 뭔데’를 관객과 함께 열창했고, 칵스도 ‘12:00’ 등을 부르며 청춘의 기운을 북돋웠다. 대학생 김연진 씨(23)는 “취업 고민이 많아도 친구들과 이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며 “또래 친구들과 공감하고 가수들의 공연으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 상담부터 유명 가수 공연까지

KT는 지난 3월부터 ‘청춘해’란 제목의 ‘청춘 氣 UP 토크콘서트’를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열고 있다. 윤종진 KT 홍보실장은 “문화가 있는 날에 20대와 적극 소통하고 교집합을 찾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는데 벌써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 입장료는 단 1000원이다. 관객은 각종 고민 상담은 물론 유명 가수의 노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20대에게 인기가 많은 가수 10㎝, 데이브레이크 등이 참여했다.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 광주 등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천안 공연을 보러 온 대학생 차현민 씨(21)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려면 서울까지 가야 할 때가 많고 관람료도 비싸 잘 보지 못하는데 이런 무대가 있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500~1000석에 달하는 좌석은 매번 일찌감치 매진된다. 6월 대전 한남대 공연은 1600석 예약이 행사 열흘 전 마감됐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공연장 밖엔 행사 당일 8시간 전부터 긴 줄이 생겼다.

“젊은 시절은 실패해도 되는 골든타임”

KT 신입사원도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채용 프로그램의 일환인 ‘스타오디션’을 통해 입사했다. 스타오디션은 스펙을 보지 않고, 특정 형식 없이 5분 동안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는 KT만의 열린 채용 방식이다.

천안 콘서트에서는 최병훈 씨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KT 입사 전까지 겪은 실패담을 진솔하게 털어놔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최씨는 “어려운 형편으로 어릴 때부터 각종 아르바이트와 막노동을 했고, 창업도 해봤지만 두 번이나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젊은 이 순간은 실패해도 되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전적인 자세는 취업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가 “면접 당시 ‘그래도 세 번째 실패는 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면접관들이 활짝 웃어주셨다”고 하자 객석에선 큰 박수가 쏟아졌다.

천안=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