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가 서울대에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평가 실험을 맡기면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끔 실험 조건을 설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한 3회 공판에서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모 서울대 수의대 교수(57·구속기소)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RB코리아가 의뢰한 실험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저농도 조건으로 설계돼 있었다”며 “이 같은 실험 조건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의뢰받은 대로 실험만 해주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조 교수는 “이 때문에 보고서 결론부에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옥시는 같은 해 10월 서울대 연구팀에 안전성 평가를 의뢰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