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10억배럴 예상했는데 시추 결과 1억배럴 그쳐
"빚 감축" 정부압박 작용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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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국민 혈세를 날리게 됐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정부의 압력에 석유공사가 무리하게 헐값에 지분을 파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잠빌 광구 지분 매각을 의결하고,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KMG)에 지분을 되팔기로 했다. 매각가는 500만달러로 잠정 합의했다. 여기에는 지분 매각대금뿐만 아니라 현지 운영사 잔여 기자재, 현금성 자산 등도 포함한다.
석유공사는 2008년 KMG가 소유한 잠빌 광구 지분 27%를 8500만달러에 인수한 뒤 광구 탐사 등을 위해 약 1억6500만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KMG 및 카자흐스탄 정부와 지분 매각에 대해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며 “8월 말이나 9월께 카자흐스탄 정부의 최종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2008년 협약 당시 보수적으로 잡아도 10억배럴의 원유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추 결과 원유 매장량이 1억배럴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원외교 실패냐, 조급한 매각이냐 '논란'
잠빌 광구 지분 매입은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였던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인수 합의 금액인 7500만달러보다 13% 비싼 8500만달러에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서문규 석유공사 부사장은 “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자평했다. 석유공사는 탐사광구의 경우 15%의 확률만 있어도 투자할 가치가 있지만 이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75%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LG상사, 대우조선해양 등 민간 기업도 정부에서 성공불 융자(사업에 성공하면 원리금을 돌려받고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 또는 일부를 감면해주는 것)를 받는 조건으로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에 참여했다.
석유공사는 지분 매입 이후 약 1억6500만달러를 추가 투입했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 3월에도 KMG에 지분 매각을 타진했으나 석유공사가 매각가로 2100만달러를 부르자 KMG가 거절했다. 결국 5개월 만에 4분의 1 가격으로 지분을 팔게 된 것이다.
석유공사는 잠빌 광구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의 서페르가나·치나바드 광구 등 수익이 나지 않는 다른 해외사업도 철수를 검토 중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4조5000억원의 영업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도 453%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을 요구하자 헐값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국제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석유광구 지분을 매각하면 당연히 가장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