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인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육상야드. 정지은 기자
지난달 말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인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육상야드. 정지은 기자
재료비 79억원, 노무비 95억원, 인건비 67억원…. 성동조선해양이 지난 상반기 경영혁신을 통해 절감한 비용 중 일부다. 성동조선은 상반기에 445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회사 경영진도 깜짝 놀랐다. 올해는 2008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은 매년 적자에 시달렸다. “이제 예전의 성동조선이 아니다”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달라진 회사 체질 “손해 안 본다”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 바닷가에 있는 성동조선 본사.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두꺼운 철판을 블록으로 바꾸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블록을 합쳐 선박으로 제작하기에 바빴다. 거의 완성된 선박 7척과 함께 한창 건조 중인 선박 10여척도 보였다. 분위기가 침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확 달라진 성동조선 "정상화 발판 마련했다"
김철년 성동조선 사장(사진)은 “회사 체질이 확 달라졌다”며 “직원들 눈에도 달라지는 게 보이니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나게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효율이 떨어져서 수주금액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배를 제작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더 이상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동조선의 공정 준수율은 올해 처음 80%를 넘어섰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공정 준수율은 선박 건조계획 대비 실제 이행률이다. 다른 조선업체는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의 공정 준수율은 2010년만 해도 27%였다. 2014년 41%, 지난해엔 51%에 불과했다. 진행이 늦어지면 인도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매년 12~17척의 인도 지연이 있었다. 상반기에는 인도 지연이 두 척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삼성중공업 손잡다

성동조선의 변화는 한국수출입은행, 삼성중공업과의 경영협력협약 덕분이다. 성동조선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월 성동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겠다며 경영협력협약을 맺었다. 수출입은행이 인사 노무 재무 등 경영관리를, 삼성중공업이 영업 생산 기술부문 지원을 맡았다.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지낸 김 사장도 이 협약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지난 1월엔 삼성중공업 직원 15명이 기술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성동조선에 파견됐다.

성동조선 직원들은 삼성중공업 기술지원단과 함께 효율적인 설계 생산 공법을 개발했다. 철판 블록 크기를 대형화해 조립에 드는 시간, 비용을 줄였다. 김 사장은 “생산성이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과거 이미지 때문에 ‘부실기업’ 취급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력도 강화했다. 4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에서 공동 입찰을 따냈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게 문제다. 올해는 선박 수주가 거의 없어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성동조선의 수주 잔량은 35척이다. 당장 일감은 있지만 문제는 내년 이후다.

김 사장은 “2018년까지 조선업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있다”며 “이 고비만 넘기면 시장이 좋아졌을 때 과거보다 훨씬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소 곳곳에는 ‘2020년 세계 중형사 1위’라는 비전이 걸려 있었다. 그는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2년 안에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영=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