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빚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정부 기금 2091억 '이자 0% 계좌'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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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63개 중 37개 수익률, 1년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
일부 기금 전담부서도 없어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익률 1.35%로 '꼴찌'
일부 기금 전담부서도 없어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익률 1.35%로 '꼴찌'
지난해 군인복지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정부 기금 10곳이 2000억원 이상을 이자가 한 푼도 없는 한국은행 국고 계좌에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금 63곳 중 절반 이상이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방만한 기금 운용이 정부의 재정 효율성과 건전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금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각 부처가 한은 국고 계좌에 예치한 기금 규모는 2091억원에 달한다. 전년(1235억원)보다 856억원(69.3%) 늘었다. 가장 액수가 많은 곳은 군인복지기금으로 636억원이었다. 다음은 국민건강증진기금(634억원) 고용보험기금(345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215억원)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128억원) 등의 순이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한은에 예치한 금액이 2014년 30억원에서 지난해 215억원으로 일곱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금을 언제 써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 많아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한은에 기금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은 애초 용처가 분명히 정해진 만큼 처음부터 기금운용계획을 제대로 짰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재부 기금운용평가단에서도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매번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 굴리는데…수익률 낮은 기금 상당수, 非전문인력이 돌아가며 운용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단은 그동안 “한국은행 국고 계좌에 여유자금을 방치해 상당한 기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점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1~2일 이내 시급한 집행이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는 내부 운용계좌로 편입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저조했다.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을 제외한 전체 정부 기금 63개 중 수익률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지난해 1월 기준 연 2.18%)보다 낮은 곳은 37개(58.7%)에 이른다. 같은 기준(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으로 전년(28곳)보다 9개(32.1%) 늘었다.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관광진흥개발기금(1.35%)이었다. 전년의 3.31%에서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한국은행 국고 계좌에 방치한 금액이 급격히 늘면서 낮은 운용수익률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은 낙동강수계관리기금(1.49%) 공공자금관리기금(1.55%)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1.60%) 등 순이었다.
작년 성적이 가장 좋은 곳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이었다. 수익률이 5.60%를 기록했다. 2006년 투자한 부동산 사모펀드(PEF)가 지난해 이익을 내면서 수익률이 전년(2.80%)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은 곳은 대부분 전문 인력이 자금 운용을 맡고 있는 반면 수익률이 낮은 기금은 비전문 인력이 순환보직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기금 등 일부 기금은 전담 부서 없이 두세 명의 인력이 수천억원 이상을 맡고 있다.
기금의 여유 자금이 과다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업비 기금운영비 등의 주요 지출액보다 여유 자금이 더 많은 기금은 12개로 집계됐다. 농어업재해보험기금의 여유 자금은 주요 지출액의 21.1배에 달했다. 남북협력기금(12.6배)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11.1배)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6.5배) 등도 여유자금 비중이 높았다. 정부 기금 운영 평가단이 매년 기금 존치평가를 하면서 여유 자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꾸준히 지적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자라는 재원을 마련하려고 정부는 매년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고 있는데도 정부 기금은 여전히 방만하게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금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각 부처가 한은 국고 계좌에 예치한 기금 규모는 2091억원에 달한다. 전년(1235억원)보다 856억원(69.3%) 늘었다. 가장 액수가 많은 곳은 군인복지기금으로 636억원이었다. 다음은 국민건강증진기금(634억원) 고용보험기금(345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215억원)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128억원) 등의 순이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한은에 예치한 금액이 2014년 30억원에서 지난해 215억원으로 일곱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금을 언제 써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 많아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한은에 기금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은 애초 용처가 분명히 정해진 만큼 처음부터 기금운용계획을 제대로 짰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재부 기금운용평가단에서도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매번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 굴리는데…수익률 낮은 기금 상당수, 非전문인력이 돌아가며 운용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단은 그동안 “한국은행 국고 계좌에 여유자금을 방치해 상당한 기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점은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1~2일 이내 시급한 집행이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는 내부 운용계좌로 편입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저조했다.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을 제외한 전체 정부 기금 63개 중 수익률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지난해 1월 기준 연 2.18%)보다 낮은 곳은 37개(58.7%)에 이른다. 같은 기준(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으로 전년(28곳)보다 9개(32.1%) 늘었다.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관광진흥개발기금(1.35%)이었다. 전년의 3.31%에서 2%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한국은행 국고 계좌에 방치한 금액이 급격히 늘면서 낮은 운용수익률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은 낙동강수계관리기금(1.49%) 공공자금관리기금(1.55%)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1.60%) 등 순이었다.
작년 성적이 가장 좋은 곳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이었다. 수익률이 5.60%를 기록했다. 2006년 투자한 부동산 사모펀드(PEF)가 지난해 이익을 내면서 수익률이 전년(2.80%)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은 곳은 대부분 전문 인력이 자금 운용을 맡고 있는 반면 수익률이 낮은 기금은 비전문 인력이 순환보직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기금 등 일부 기금은 전담 부서 없이 두세 명의 인력이 수천억원 이상을 맡고 있다.
기금의 여유 자금이 과다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업비 기금운영비 등의 주요 지출액보다 여유 자금이 더 많은 기금은 12개로 집계됐다. 농어업재해보험기금의 여유 자금은 주요 지출액의 21.1배에 달했다. 남북협력기금(12.6배)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11.1배)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6.5배) 등도 여유자금 비중이 높았다. 정부 기금 운영 평가단이 매년 기금 존치평가를 하면서 여유 자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꾸준히 지적했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자라는 재원을 마련하려고 정부는 매년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고 있는데도 정부 기금은 여전히 방만하게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