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전 눈동자로 웹페이지를 스크롤(화면이동)하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넣었다가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3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겁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사진)은 지난 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채 인식 기술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홍채 기술 개발을 직접 챙겼다”며 “홍채 인식 기술은 단순히 잠금화면을 해제하는 용도로 개발한 게 아니다”고 했다. 앞으로 간편결제 등 모바일뱅킹 인증에 홍채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 금융권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 금융회사와도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며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에 홍채 인식 기술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흥행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갤럭시노트7과 같은 큰 화면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에서 매년 200% 성장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며 “갤럭시노트7은 전작 갤럭시노트5보다 잘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애플이 다음달 아이폰 새 모델을 출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 사장은 “우리 제품은 3~5년 정도의 로드맵을 가지고 준비한 것들”이라며 “경쟁사가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준비는 하지만 우리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이 경쟁사를 의식해 내놓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우리 제품이 의미있는 혁신을 했는가, 시장에 나갔을 때 소비자에게 선택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최근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는 맞춤형 제품군 확대로 실적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별도의 상품기획 조직과 개발 조직을 독립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 5월 중국 소비자에게 맞춘 스마트폰 갤럭시C를 내놨듯 현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갤럭시S7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뿐만 아니라 갤럭시A·J 등 중저가 제품군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고 사장은 “보급형 제품과 플래그십 제품이 ‘쌍끌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겠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노트7을 ‘엣지(곡면) 디스플레이’ 제품으로만 내놓은 것과 관련해선 “엣지를 삼성 갤럭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로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가능한 한 플래그십 제품에는 엣지 디스플레이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은 엣지 화면에 곡률(휜 정도)을 높여 손에 밀착되는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만한 경사가 아니라 거의 원주율에 가까운 각도로 화면을 휘게 해 그립감(손에 쥐는 느낌)을 높였다.

갤럭시노트7은 사용자환경(UI)을 개선하는 등 소프트웨어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가 김장김치라면 소프트웨어는 묵은지와 같다”며 “한 분야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찾은 뒤에 권한과 시간을 주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다. 소프트웨어는 묵은지처럼 충분히 숙성돼야 빛을 발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미국 조이언트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선 “모바일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근간이 되는 게 클라우드”라며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웨어러블 기기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삼성페이를 하기 위해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듯 소비자에게 혜택이 된다면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회사들은 오는 19일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두고 6일부터 18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다. 출고가는 98만8900원이다.

뉴욕=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