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로 확산되는 feel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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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살 때는 가성비 따지지만 '느낌' 살 때는 돈 아끼지 않는다
체험 경제가 성공한다
소중한 체험 할 수 있다면 가격 몇 배 비싸도 지갑 열어
패션·식음료 이어 전자업계도 도입
체험 경제가 성공한다
소중한 체험 할 수 있다면 가격 몇 배 비싸도 지갑 열어
패션·식음료 이어 전자업계도 도입
프랑스의 수영복 브랜드 빌레브레퀸은 한 벌 가격이 최소 30만원이 넘는다. 최고 9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빌레브레퀸이 파는 것은 단순한 수영복이 아니다. ‘체험’이다. 빌레브레퀸 광고에는 항상 같은 수영복을 입은 아빠와 아들이 등장한다. ‘커플 수영복’을 입은 어린 아들과 손잡고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는 것은 모든 아빠들의 로망이다. 빌레브레퀸의 ‘아빠와 아들(father and son)’ 라인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빌레브레퀸은 ‘체험 경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체험경제는 경영학자 조지프 파인 등이 1998년 《체험의 경제학(the experience economy)》이라는 책을 통해 제안한 개념이다. 많은 소비자가 신혼여행 등 소중한 체험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했다. 제품이 아니라 체험을 팔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주로 패션, 식음료 업계에 이 같은 마케팅이 많이 적용됐다. 최근엔 하드웨어를 파는 전자업계에서도 ‘체험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차가운 바람 아닌 ‘자연의 시원함’
삼성전자의 ‘무풍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과거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을 강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의 무풍 에어컨은 ‘동굴 안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함’을 준다고 소비자를 설득한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직접 맞는 것과는 다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찌는 듯한 여름날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기분 좋은 서늘함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목표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시원함’을 파는 기업은 또 있다. 일본의 발뮤다다. 이 회사는 보통 날개가 네 개 달린 선풍기 바람은 너무 강하고 불편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풍기를 착안했다. 날개가 14개짜리 팬을 2중으로 달았다. 바람이 부드러우면서도 멀리 간다. 사용자에게 ‘언덕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을 체험하게 해 준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마케팅할 때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제품은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하나로 묶었다. 일단 일반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필터를 통해 오염된 공기를 거른 뒤 미세한 수분을 한 번 더 뿌린다. 비온 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체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열 배 비싸도 불티나게 팔려
삼성의 무풍 에어컨, 발뮤다의 선풍기, LG의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 무풍 에어컨은 최저 200만원, 최고 700만원대로 일반 에어컨보다 두 배 이상 가격이 높다. 발뮤다 선풍기는 50만원대로, 시중에서 파는 일반 선풍기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LG의 가습공기청정기는 출고가가 149만원이다. 고급 공기청정기 세 대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이들 제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삼성은 무풍 에어컨 인기에 힘입어 올해 2013년 세운 연간 에어컨 최대 판매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발뮤다 선풍기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5000대 이상을 팔았고,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넘는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는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따지지만, ‘느낌’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빌레브레퀸이 파는 것은 단순한 수영복이 아니다. ‘체험’이다. 빌레브레퀸 광고에는 항상 같은 수영복을 입은 아빠와 아들이 등장한다. ‘커플 수영복’을 입은 어린 아들과 손잡고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는 것은 모든 아빠들의 로망이다. 빌레브레퀸의 ‘아빠와 아들(father and son)’ 라인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빌레브레퀸은 ‘체험 경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체험경제는 경영학자 조지프 파인 등이 1998년 《체험의 경제학(the experience economy)》이라는 책을 통해 제안한 개념이다. 많은 소비자가 신혼여행 등 소중한 체험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했다. 제품이 아니라 체험을 팔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주로 패션, 식음료 업계에 이 같은 마케팅이 많이 적용됐다. 최근엔 하드웨어를 파는 전자업계에서도 ‘체험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차가운 바람 아닌 ‘자연의 시원함’
삼성전자의 ‘무풍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과거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을 강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의 무풍 에어컨은 ‘동굴 안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함’을 준다고 소비자를 설득한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을 직접 맞는 것과는 다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찌는 듯한 여름날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기분 좋은 서늘함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목표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시원함’을 파는 기업은 또 있다. 일본의 발뮤다다. 이 회사는 보통 날개가 네 개 달린 선풍기 바람은 너무 강하고 불편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풍기를 착안했다. 날개가 14개짜리 팬을 2중으로 달았다. 바람이 부드러우면서도 멀리 간다. 사용자에게 ‘언덕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을 체험하게 해 준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마케팅할 때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제품은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하나로 묶었다. 일단 일반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필터를 통해 오염된 공기를 거른 뒤 미세한 수분을 한 번 더 뿌린다. 비온 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체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열 배 비싸도 불티나게 팔려
삼성의 무풍 에어컨, 발뮤다의 선풍기, LG의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 무풍 에어컨은 최저 200만원, 최고 700만원대로 일반 에어컨보다 두 배 이상 가격이 높다. 발뮤다 선풍기는 50만원대로, 시중에서 파는 일반 선풍기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LG의 가습공기청정기는 출고가가 149만원이다. 고급 공기청정기 세 대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이들 제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삼성은 무풍 에어컨 인기에 힘입어 올해 2013년 세운 연간 에어컨 최대 판매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발뮤다 선풍기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5000대 이상을 팔았고,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넘는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는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따지지만, ‘느낌’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