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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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중국의 사실상 보복조치가 이어지면서 범(汎)중국 관련주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측 제재가 구체화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주를 비롯해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관련주부터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사드의 영향이 장기화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중국 관련주에 대한 수익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속된 한류주 ‘악몽’

빅뱅과 아이콘 등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5일 코스닥시장에서 4.59% 떨어진 3만2250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으로 19.38%나 빠지며 연중 신저가로 추락했다. 전날 소폭 반등한 에스엠도 이날은 다시 3.61% 하락하며 연중 신저가를 찍었다. 에프엔씨엔터(-7.56%)와 키이스트(-3.83%)는 최근 1년 최저가까지 떨어졌고 JYP엔터테인먼트(-3.42%) 초록뱀(-6.77%) 등 다른 엔터주도 힘을 못 썼다. 전날 중국 환구시보가 인터넷판에서 “사드로 인한 한·중 관계 경색은 한국 연예산업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협박성’ 사설을 실었고 실제 일부 가수의 방송이나 콘서트 일정이 잇달아 취소된 영향이다.
중국 '사드 보복' 위협…"에스엠·LG생건·하나투어 당분간 먹구름"
이와 함께 CJ E&M(-7.58%) CJ CGV(-4.18%) NEW(-7.0%) 쇼박스(-3.88%) 등 주요 미디어·콘텐츠 관련주도 위축된 모습이 뚜렷했다. 하나투어(-2.99%)와 모두투어(-1.86%) 등 여행주도 부진했다.

사드 먹구름은 최근 반등조짐을 보이던 화장품주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2.68%) LG생활건강(-4.47%) 잇츠스킨(-8.1%) 코스맥스(-4.64%) 한국콜마(-3.09%) 등 주요 화장품주가 동반 하락했다. 이희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은 통관 절차 등에서 중국 당국의 보복조치 사정권에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충격파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이 심화되던 2012년 일본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30%가량 줄었지만 1년 후 대부분 회복됐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정치 이슈의 영향은 단기적이며 오히려 환율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피해주 확산 가능성 작지 않아”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에 의뢰해 11개 주요 중국 관련주의 ‘사드 충격’ 위험도를 수치화해 비교한 결과 화장품, 유커(중국 관광객) 관련주, 미디어·콘텐츠주, 식음료주 순으로 충격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사드 관련 위기 강도 △위기 지속 예상 기간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 등 세 가지 항목을 대상으로 했다.

아직까진 중국 측 보복조치 영향이 주로 ‘한류’ 관련주인 미디어·콘텐츠 업종이나 한국 관광객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여행주 쪽에 국한됐지만 향후 중국 측 공세 강도에 따라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화장품주 중에선 아모레퍼시픽(8.75점, 15점 만점 기준,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과 LG생활건강(9.0점) 등 완성품 수출업체가 코스맥스(7.75점) 등 원료공급 업체보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커 관련주로 분류되는 면세점(호텔신라), 카지노(파라다이스), 여행(하나투어)주의 평균 위험도는 8.1점으로 최근 중국 측 보복조치의 집중 타깃인 엔터(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 미디어·콘텐츠(CJ E&M·CJ CGV)의 평균 위험도(7.32점)를 크게 웃돌았다.

최만수/김동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