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강 산업도시 셰필드는 인구 53만명의 비교적 작은 내륙 도시다. 이곳은 1990년대 초 철강산업의 급격한 쇠퇴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비전을 찾지 못하던 애물단지였다. 현재 셰필드는 연 6만파운드(약 87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영국 전체 기준 12%나 거주하고 있는 영국 내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다.

반전의 계기는 스포츠 마케팅이었다. 20여년 전 셰필드시는 유럽연합(EU)의 도시재생펀드를 유치해 각종 경기장과 생활체육단지 등을 건립했다. 셰필드는 관광과 문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시티’로 자리잡았다.

지역을 연고로 하는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부(리그1)에 속한 팀. 성적은 리그 하위권이지만 홈 관중 수만큼은 1~2위를 놓치는 법이 없다. 홈경기 평균 관중 수는 1만5000~1만7000명으로 전체 리그 ‘톱3’에 든다.

전 세계 축구팬이 부러워하는 셰필드 유나이티드 팬 충성도의 원천은 지역 특화 마케팅이다. 셰필드는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스포츠를 공연, 이벤트, 관광 등과 연계해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방문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를 열고 있다. 경기장 주변 지역 상권이 관광객과 스포츠 팬으로 늘 활기를 띠는 이유다. 스포츠가 지역경기 활성화의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크리스 그래튼 셰필드핼럼대 교수는 “스포츠가 생활 속으로 스며들면서 관광, 엔터테인먼트,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장기적 투자를 통해 지역에 적합한 스포츠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야 스포츠 시티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