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다 어디갔지?
5만원권 환수율이 올해 상반기 5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롱에 숨겨져 있거나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간 고액권이 여전히 많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발행된 5만원권은 총 11조216억82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한은에 환수된 5만원권은 5조6820억1800만원으로 발행된 금액의 50.7%에 머물렀다. 상당수 화폐가 정상적인 유통단계에서 빠져나가 어디엔가 고여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50.7%)은 예년보다는 오른 수치다. 2009년 6월 처음 발행된 5만원권 환수율은 2014년 25.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0.1%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고액권이 처음 발행되면 몇 년간 환수율이 떨어지다가 다시 올랐다”며 “보관 수요가 높은 고액권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도 5만원권 환수율은 크게 낮다. 1만원권 환수율은 111.2%로 상반기 공급액보다 환수액이 많았다. 5000원권은 93.5%, 1000원권은 94.7%였다. 5만원권 발행 잔액은 지난 6월 말 69조8432억7800만원으로 전체 지폐 발행 잔액(89조1276억1400만원)의 78.4%를 차지했다. 작년 말보다 5조5196억6500만원 늘어난 규모다.

5만원권이 가계 보관용도 외에 탈세와 비자금 등 ‘검은돈’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이 연 ‘국가 자금세탁 위험 평가’ 공청회에서 “거래와 보관이 수월한 5만원권은 은닉 등 불법자금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다음달 28일 시행되면 5만원권의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