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새 빌라 공급이 크게 늘어나며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빌라촌으로 변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주택가 일대. 윤아영 기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새 빌라 공급이 크게 늘어나며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빌라촌으로 변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주택가 일대. 윤아영 기자
서울 강서구 방화동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일대. 이 역 1·8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신축 빌라(다가구·다세대)가 즐비하다. 줄잡아 20곳 이상이다.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 공사가 한창인 공사 현장도 적지 않다. 대로변뿐만 아니라 주택가 골목에도 신축 빌라 세입자를 찾는 광고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공급 물량이 늘면서 수요가 많은 59㎡형(방 두 개) 전셋값은 작년 말에 비해 최대 3000만원 이상 내렸다. 이런 현상은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인근을 중심으로 빌라 건축이 활발한 은평구 갈현동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은평·중랑구와 경기 광주시 등에서 새 빌라 공급이 급증하며 빌라 전셋값 조정이 뚜렷하다. 작년 말까지 전셋값은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었으나 최근엔 세입자가 원하는 임차 조건으로 고를 수 있을 정도다.

◆전셋값 하락…월세 매물도 감소

'빌라 공급과잉' 논란…방화동 전세 3천만원↓
신혼부부와 맞벌이 부부의 주택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방화동은 방화대로 건너편 마곡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빌라 신축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를 찾으면서 올초까지 이곳 빌라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90%를 넘었다.

올 상반기 새 빌라 준공이 대거 이뤄지면서 전세가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한다. 전세를 낀 빌라 투자자가 적지 않아 매매가격 변동은 크지 않지만 전세 물량 공급 증가로 전·월셋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방화2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만 해도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500만원에 불과한 빌라가 흔했지만 최근엔 이 격차가 보통 2000만~3000만원으로 벌어졌으며 최대 4000만원까지 차이 나는 집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엔 매매가격이 1억8000만~2억1000만원인 방 두 개짜리 신축 빌라 전세가격이 1억7000만~1억900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같은 크기 집의 전셋값이 1억5000만~1억7000만원 내외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임차인 주도 시장으로 바뀌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버금가는 물건이나 은행 대출금이 많이 걸려 있는 전셋집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갈현동 S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전셋값이 비싸도 전세를 구하지 못해 문제였지만 올해는 전세 매물에 비해 수요가 적어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빌라 4년 새 52% 급증

빌라 월세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초기 실투자금이 적게 드는 전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부분 월세 매물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보증금과 월세액 모두 낮아지고 있다. 김혜현 알투코리아 부동산투자자문 이사는 “올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서울 빌라 전셋값도 상당 지역에서 상승세를 멈췄다”며 “빌라 공급이 많은 서울 인근 경기 용인·고양·수원시 등에서는 임차인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수도권 빌라 공급이 이어질 경우 ‘역(逆)전세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화동 B공인 관계자는 “빌라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임차인 모집을 위해 가격 경쟁에 뛰어들 경우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전셋값이 워낙 높게 올라간 상태라 전셋값 안정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주택 수는 4만5494가구였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물량이다. 2011년과 비교하면 52% 이상 많다. 빌라 매매 거래량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 빌라 거래량은 전년에 비해 각각 46%, 41% 늘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