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8일(현지시간)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만으로 연간 1000억달러(약 11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미국 경제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에너지·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행정규제 개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산업과 관련해 △석탄 등 기존 에너지산업에 대한 탄소규제 완화 △키스톤 파이프라인 신·증축 사업 허가 △연안 석유시추 허용 △신규 석탄광 채굴 허용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본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친환경산업 육성 위주 정책과 정반대 공약이다.
['감세 카드' 꺼내 든 트럼프] "에너지·금융 대대적 규제완화…연 1000억달러 부가가치 창출"
그는 또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행정부 규제 신설을 금지하고, 연방정부 부처들에 폐기해야 할 규제 목록을 작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이 환경과 노동, 건강보험 등과 관련해 너무 많은 규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 온 것을 집권 시 정확하게 반영하겠다는 약속이다. 도드-프랭크법 등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금융산업 규제들이 많다며 집권 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클린턴 캠프는 “현존하는 많은 규제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전후 맥락을 모른 채 국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위험한 실험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조만간 도로와 항만, 터널, 공항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후보도 지난달 28일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집권 시 100일 안에 세계 2차대전 후 가장 큰 규모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감세와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로 경제를 살린다는 계획이지만 자칫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고, 교역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분쟁을 일으킬 경우 미국 경제가 도움보다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잔디는 “감세와 규제 완화가 경기진작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지출확대 요인과 결합하면 재정적자는 통제불능 상태로 갈 것”이라며 “트럼프 공약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