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에 손놓은 한국] 미국 대선판 '한국 때리기'에 '관세 폭탄'까지…정부 "뾰족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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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략없는 대미 경제외교
기업들 "누가 당선되든 반한 정서 확산 우려"
예산·인력 부족에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 '빈약'
기업들 "누가 당선되든 반한 정서 확산 우려"
예산·인력 부족에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 '빈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반복적인 ‘한국 때리기’를 지켜보는 현지 한국 기업인의 반응은 착잡하다.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그의 연설을 ‘믿는’ 1000만여명의 지지자들이 가질 ‘반한(反韓) 정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칫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테나가 없다”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이 계속되는 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발언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이를 확인해볼 인적채널과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트럼프 캠프의 경제팀이 어떤 인사로 이뤄져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거래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칼 아이칸이나 의회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 이 경제 고문으로 알려진 정도다. 그 외에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한·미 FTA 정책 등을 조언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주미 대사관 측은 그동안 여러 외교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 캠프 측 경제팀 인사를 만나려고 백방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 의원 등을 만나서는 “한국 측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을 듣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선거 국면이고 선거가 끝나면 원점에서 한·미 관계를 다시 점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는 것이다. ◆“대선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화학공장 기공식에 지역 상·하원의원은 물론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불참했다. 3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이다. 그 대신 주정부의 경제개발국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이 현지 투자를 통해 미국 지역경제 성장과 고용에 기여하는 점을 부각시킬 좋은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경우 공화당 대선후보라는 상징성과 그의 발언을 추종하는 정치세력을 감안하면 보다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은 미국에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일단 기다린다’는 전략”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대응한다는 전략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11월 대선까지 3개월간 한국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그대로 방치하는 데 따른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조직, 인력, 예산 부족
정보를 수집할 인력과 조직, 예산도 문제다.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월가의 인맥과 교류하고 대선 관련 정보와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이나 조직, 예산은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뉴욕 총영사관은 시장정보와 각종 기업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블룸버그 단말기조차 전임 재경관 시절에 마련했다. 연간 사용료 2만5000달러가 부담스러워 시장정보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에 의존해왔다.
미국 내 외교조직을 재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10곳에 달하는 총영사관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효율적인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각자 ‘실적’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일본처럼 주미대사관이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지역별 영사관과 미국의 선거대응 전략 및 정보를 공유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족한 예산이나 인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이심기/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glee@hankyung.com
◆“안테나가 없다”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이 계속되는 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발언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이를 확인해볼 인적채널과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트럼프 캠프의 경제팀이 어떤 인사로 이뤄져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거래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칼 아이칸이나 의회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 이 경제 고문으로 알려진 정도다. 그 외에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한·미 FTA 정책 등을 조언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주미 대사관 측은 그동안 여러 외교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 캠프 측 경제팀 인사를 만나려고 백방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 의원 등을 만나서는 “한국 측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을 듣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선거 국면이고 선거가 끝나면 원점에서 한·미 관계를 다시 점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는 것이다. ◆“대선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화학공장 기공식에 지역 상·하원의원은 물론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불참했다. 3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이다. 그 대신 주정부의 경제개발국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이 현지 투자를 통해 미국 지역경제 성장과 고용에 기여하는 점을 부각시킬 좋은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경우 공화당 대선후보라는 상징성과 그의 발언을 추종하는 정치세력을 감안하면 보다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은 미국에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일단 기다린다’는 전략”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대응한다는 전략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11월 대선까지 3개월간 한국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그대로 방치하는 데 따른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조직, 인력, 예산 부족
정보를 수집할 인력과 조직, 예산도 문제다.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월가의 인맥과 교류하고 대선 관련 정보와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이나 조직, 예산은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뉴욕 총영사관은 시장정보와 각종 기업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블룸버그 단말기조차 전임 재경관 시절에 마련했다. 연간 사용료 2만5000달러가 부담스러워 시장정보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에 의존해왔다.
미국 내 외교조직을 재편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10곳에 달하는 총영사관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효율적인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각자 ‘실적’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일본처럼 주미대사관이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지역별 영사관과 미국의 선거대응 전략 및 정보를 공유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족한 예산이나 인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이심기/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