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lim510@lgeri.com >
문제는 중장기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거시 환경 변수나 경쟁구도 변화를 볼 때 석유화학산업 경기를 예상보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수요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매년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장기 경제전망은 여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는 발표가 주를 이룬다. 이런 전망에 기반해 추정되는 중기 석유화학 수요도 양호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둘째,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리스크다.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의 저유가는 원료 가격의 큰 하락 대비 최종 제품가격 하락은 제한적이어서 일단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고유가 환경으로 바뀔 경우 원가 부담은 높아지는 반면 석유 기반의 석유화학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은 가스 및 석탄 기반 기업 대비 원가경쟁력 약화로 이중고가 불가피하다. 현재 주요 유가 전망 기관들은 2020년 석유 가격을 배럴당 60에서 80달러 수준으로 전망하는데, 유가가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셋째, 중국시장의 자급화가 석유화학 전제품으로 확산되는데 그치지 않고 기능성 제품에도 중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능성제품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은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 금융기관을 통한 정부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지원, 잘 짜여진 산학협력 시스템 등을 통해 가속화하고 있다. 네 번째 리스크는 최근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석유화학 설비투자 검토 및 추진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및 중앙아시아 등 천연가스 자원보유국과 일부 잉여자본이 충분한 석유 및 석유화학 기업이 개도국 수출시장을 타깃으로 투자를 검토,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는 계획 중 과반수 정도만 추진돼도 중장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섯 번째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원보유국이 천연가스나 원유로부터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의 상업화가 연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이런 리스크 요인이 석유화학산업 경기에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기업 스스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형 설비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 제품 품질 고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현재 상황은 다른 장치산업 대비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우호적인 현 시점이 향후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위기를 준비할 수 있는 적기다.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에서 누군가는 사업의 객관적 상황과 리스크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공유하면서, 충분한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기업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lim510@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