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브래들리 틸든 알래스카항공 CEO, 고등학교 시절부터 항공기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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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회사 지킨 '종신형 직원'…알래스카항공 '조종석' 앉자 수익 고공비행
알짜배기도 이런 알짜가 없다
시애틀에 본사 둔 저가항공사
대형 델타항공 위협에도 실적 급등
취임 4년 만에 주가 3배 넘게 뛰어
순이익 8억4800만달러 업계 최고
알래스카항공의 특별한 서비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중간단계인
프리퍼드석 개발해 신규 수요 창출
공항 도착 후 20분 안에 짐 찾게
JD파워 평가 8년간 1위 놓친적 없어
버진 아메리카 인수로 경쟁력 강화
알짜배기도 이런 알짜가 없다
시애틀에 본사 둔 저가항공사
대형 델타항공 위협에도 실적 급등
취임 4년 만에 주가 3배 넘게 뛰어
순이익 8억4800만달러 업계 최고
알래스카항공의 특별한 서비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중간단계인
프리퍼드석 개발해 신규 수요 창출
공항 도착 후 20분 안에 짐 찾게
JD파워 평가 8년간 1위 놓친적 없어
버진 아메리카 인수로 경쟁력 강화
지금은 단종된 보잉727. 15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트엔진 3개로 5000㎞를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다. ‘걸작 항공기’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기종이다.
1970년대 중반 어느 날. 미국 시애틀 터코마국제공항 인근의 하이라인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 하나가 활주로에 서 있는 보잉727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운명인 것 같다고 회상할 뿐이다.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비행기에 매료됐다. 그는 어른이 돼서 항공기 조종면허를 땄다. 단발 엔진이 달린 소형 비행기도 구입했다. 알래스카항공그룹 및 알래스카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들리 틸든(55)의 이야기다. 틸든은 취임 4년 만에 주가를 세 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도 유명한 스타 CEO다.
대형 항공사와 맞붙어 실적 훨훨
알래스카항공그룹은 호라이즌항공도 소유하고 있지만 그룹 대부분의 가치는 알래스카항공에서 나온다. 알래스카항공은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저비용항공사다. 임직원 1만5000여명이 근무하며 200여대 비행기를 이용해 114개 공항을 연결한다. 캐나다 멕시코 등 국제선도 운행하지만 캘리포니아주(州) 등 미국 서부를 연결해주는 노선이 많다. 미국 항공업계 순위는 7위(탑승객 기준). 규모로 따지면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알짜배기’ 항공회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알래스카항공의 틸든 CEO를 ‘미국 50대 경영인’ 가운데 22위에 올려놓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달았다. “2013년 델타항공이 알래스카항공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시애틀에 운항 허브를 구축했다.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거대기업 델타항공은 으스대며 목전에서 위협을 가했지만 알래스카항공은 오히려 훨훨 날아다녔다. 주가와 영업이익이 급등했다. 알래스카항공의 선전에는 틸든 CEO가 있었다.”
틸든 CEO가 2012년 5월15일 취임했을 때 주가는 주당 15달러였다. 4년여가 흐른 8일 현재 주가는 65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말에는 80달러를 넘기도 했다. 매출은 2012년 46억달러(약 5조원)에서 지난해에는 55억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28억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순이익은 8억4800만달러. 항공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4억44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항공산업 컨설턴트인 제이 소렌슨은 “항공업계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틸든의 알래스카항공은 더 강하고 더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비재무적 지표도 좋다. 알래스카항공의 지난달 정시도착률은 89.4%에 이르렀다. 업계 1위로 벌써 6년째다. 정시도착률은 1년 전보다 3%포인트 더 올랐다. 탑승객 만족도도 높다. 기업브랜드조사업체인 JD파워 평가에서 2008년 이후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올해도 최고점을 받았다.
항공업계에서 25년간 잔뼈 굵어
틸든 CEO는 어떻게 알래스카항공이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도록 했을까. 그는 회사 안팎에서 ‘종신형 직원’으로 불리곤 한다. 입사한 지 25년간 단 한 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아서다. 그에게는 항공업계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틸든 CEO가 처음부터 항공업계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다. 하이라인고등학교를 졸업한 틸든 CEO는 퍼시픽루서런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했다. 비행기가 좋았지만 실제 직업으로 삼겠다는 야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첫 직장은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였다. 입사 8년째인 1991년 알래스카항공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알래스카항공에 근무하던 지인이 퇴사하며 자신의 자리를 제안한 것.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알래스카항공그룹과 자회사에서 관리책임자, 재무기획담당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 수석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2년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준비된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다.
알래스카항공의 요금 결정 방식에도 틸든 CEO의 노하우와 전략이 들어있다. 그는 짐을 부치는 승객과 맨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의 요금을 차별화했다. 그리고 짐을 갖고 타는 승객은 같은 짐을 갖고 다른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때보다 싸게 탈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짐 하나를 싣는 승객에게 다른 회사들이 25달러를 받을 때 알래스카항공은 20달러만 받았다. 두 개 이상의 짐을 싣는 승객에게도 짐 하나당 20달러씩을 부과했다. 경쟁사들은 두 번째 짐부터는 35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목적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20분 안에 짐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 만약 화물이 다른 곳으로 가는 실수가 발생했다면 25달러를 물어주거나 2500마일리지를 제공했다. 짐에 관해서는 그 어떤 항공사보다 좋은 서비스로 다가갔고 큰 인기를 끌었다.
최소 5년 고용보장…직원 복지 증진
직원들에게 폭넓은 결정권을 허용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한 것도 회사 실적에 일조했다. 틸든 CEO는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 직원과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충성도를 높였다. 수익을 공유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했고 직원들의 보험과 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단계인 프리퍼드석을 개발해 신규 수요 창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높기도 했다. 틸튼 CEO는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풋볼팀 시호크스가 2013년 1976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미국프로풋볼(NFL)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너무 기뻐서 승무원으로 기내에 올라 승객들에게 기내 서비스를 했고 지역 사회에 크게 화제가 됐다.
알래스카항공은 지난 4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서부지역에서 영업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노선에 강점을 두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버진 아메리카를 총 40억달러(채무 및 항공기리스 포함)에 인수한 것이다. 합병회사의 연간 매출은 70억달러에 이르고 미국 서부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1970년대 중반 어느 날. 미국 시애틀 터코마국제공항 인근의 하이라인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 하나가 활주로에 서 있는 보잉727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운명인 것 같다고 회상할 뿐이다.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비행기에 매료됐다. 그는 어른이 돼서 항공기 조종면허를 땄다. 단발 엔진이 달린 소형 비행기도 구입했다. 알래스카항공그룹 및 알래스카항공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래들리 틸든(55)의 이야기다. 틸든은 취임 4년 만에 주가를 세 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도 유명한 스타 CEO다.
대형 항공사와 맞붙어 실적 훨훨
알래스카항공그룹은 호라이즌항공도 소유하고 있지만 그룹 대부분의 가치는 알래스카항공에서 나온다. 알래스카항공은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저비용항공사다. 임직원 1만5000여명이 근무하며 200여대 비행기를 이용해 114개 공항을 연결한다. 캐나다 멕시코 등 국제선도 운행하지만 캘리포니아주(州) 등 미국 서부를 연결해주는 노선이 많다. 미국 항공업계 순위는 7위(탑승객 기준). 규모로 따지면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알짜배기’ 항공회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알래스카항공의 틸든 CEO를 ‘미국 50대 경영인’ 가운데 22위에 올려놓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달았다. “2013년 델타항공이 알래스카항공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시애틀에 운항 허브를 구축했다.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거대기업 델타항공은 으스대며 목전에서 위협을 가했지만 알래스카항공은 오히려 훨훨 날아다녔다. 주가와 영업이익이 급등했다. 알래스카항공의 선전에는 틸든 CEO가 있었다.”
틸든 CEO가 2012년 5월15일 취임했을 때 주가는 주당 15달러였다. 4년여가 흐른 8일 현재 주가는 65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말에는 80달러를 넘기도 했다. 매출은 2012년 46억달러(약 5조원)에서 지난해에는 55억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28억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순이익은 8억4800만달러. 항공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4억44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항공산업 컨설턴트인 제이 소렌슨은 “항공업계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틸든의 알래스카항공은 더 강하고 더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비재무적 지표도 좋다. 알래스카항공의 지난달 정시도착률은 89.4%에 이르렀다. 업계 1위로 벌써 6년째다. 정시도착률은 1년 전보다 3%포인트 더 올랐다. 탑승객 만족도도 높다. 기업브랜드조사업체인 JD파워 평가에서 2008년 이후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올해도 최고점을 받았다.
항공업계에서 25년간 잔뼈 굵어
틸든 CEO는 어떻게 알래스카항공이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도록 했을까. 그는 회사 안팎에서 ‘종신형 직원’으로 불리곤 한다. 입사한 지 25년간 단 한 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아서다. 그에게는 항공업계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틸든 CEO가 처음부터 항공업계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다. 하이라인고등학교를 졸업한 틸든 CEO는 퍼시픽루서런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했다. 비행기가 좋았지만 실제 직업으로 삼겠다는 야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첫 직장은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였다. 입사 8년째인 1991년 알래스카항공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알래스카항공에 근무하던 지인이 퇴사하며 자신의 자리를 제안한 것.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알래스카항공그룹과 자회사에서 관리책임자, 재무기획담당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 수석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2년 마침내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준비된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다.
알래스카항공의 요금 결정 방식에도 틸든 CEO의 노하우와 전략이 들어있다. 그는 짐을 부치는 승객과 맨몸으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의 요금을 차별화했다. 그리고 짐을 갖고 타는 승객은 같은 짐을 갖고 다른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때보다 싸게 탈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짐 하나를 싣는 승객에게 다른 회사들이 25달러를 받을 때 알래스카항공은 20달러만 받았다. 두 개 이상의 짐을 싣는 승객에게도 짐 하나당 20달러씩을 부과했다. 경쟁사들은 두 번째 짐부터는 35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목적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20분 안에 짐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 만약 화물이 다른 곳으로 가는 실수가 발생했다면 25달러를 물어주거나 2500마일리지를 제공했다. 짐에 관해서는 그 어떤 항공사보다 좋은 서비스로 다가갔고 큰 인기를 끌었다.
최소 5년 고용보장…직원 복지 증진
직원들에게 폭넓은 결정권을 허용하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한 것도 회사 실적에 일조했다. 틸든 CEO는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 직원과 5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해 충성도를 높였다. 수익을 공유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했고 직원들의 보험과 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단계인 프리퍼드석을 개발해 신규 수요 창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높기도 했다. 틸튼 CEO는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풋볼팀 시호크스가 2013년 1976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미국프로풋볼(NFL)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너무 기뻐서 승무원으로 기내에 올라 승객들에게 기내 서비스를 했고 지역 사회에 크게 화제가 됐다.
알래스카항공은 지난 4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서부지역에서 영업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노선에 강점을 두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버진 아메리카를 총 40억달러(채무 및 항공기리스 포함)에 인수한 것이다. 합병회사의 연간 매출은 70억달러에 이르고 미국 서부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