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교육은 '파괴적 혁신'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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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미국에서 대학 중퇴자로 성공한 창업가들이 종종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대학을 중퇴해야 창업에 성공한다는 건 아니지만 중퇴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뭔가 다르다는 건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대학 중퇴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나를 따라 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은 변화기에 운이 좋았을 뿐,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 중퇴자가 많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주목되는 건 중퇴자 가운데 대학에서 배울 게 없다며 그만두는 학생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학 무용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약 한국에서 대학 중퇴자를 보는 시각이 미국과 같다고 가정한다면 당장 대학을 박차고 나올 학생이 얼마가 될까. 짐작하건대 적지 않을 것 같다.
거대한 변화기의 징조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진 게 오로지 단과대학 문제 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는 건 그동안 응어리진 다른 복합적 요인들도 한꺼번에 분출됐음을 시사한다. 그중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이 언제까지 통할지 의문이다. 그것도 재정사업을 대학에 미끼로 던지는 방식으로 말이다. 교육부는 재정사업을 대학에 재량권을 주는 쪽으로 바꾸겠다지만 그래 봤자다. 차라리 재정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정원, 입시, 등록금 등 규제를 푸는 게 백배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살 대학은 살 기회라도 줘야 할 것 아닌가.
어차피 교육부로선 대응하기 어려운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순서적 개념의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 변화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다중 변화의 시대’가 될 거란 전망이다. 기업도 개인도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게 뻔하다. 유연한 교육, 유연한 재교육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차라리 MOOC로 가라
미래를 예측하기도,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부 지시를 기다리다간 그냥 앉아서 죽기 딱 좋다. 정부가 프라임사업으로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 몇 개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치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육 소비자의 선택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이다. 교육 공급자의 자율성은 생존의 조건이나 다름없다. 기업 등 새로운 교육 공급자의 진입도 불가피하다.
대학의 구조조정과 평생(재)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괴적 혁신’을 주창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온라인공개강좌(MOOC)가 비효율적 대학을 대거 사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생(재)교육 측면에서도 MOOC만한 플랫폼이 없다. 곳곳에서 파괴적 혁신이 몰아치는데 교육만 안 될 이유가 없다.
교육부는 K-MOOC를 하고 있다지만 정부 주도로는 하세월이다. 민간 MOOC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여야 혁신이 가능하다. 콘텐츠가 문제이지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한국만 한 곳도 없다. 왜 그렇게 못하는지 알 수 없다. 혹여 교육부 존재가 위협받을까 겁나는가. 하지만 어쩌나. 결국은 그리되고 말 텐데.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미국에서 대학 중퇴자가 많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주목되는 건 중퇴자 가운데 대학에서 배울 게 없다며 그만두는 학생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학 무용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약 한국에서 대학 중퇴자를 보는 시각이 미국과 같다고 가정한다면 당장 대학을 박차고 나올 학생이 얼마가 될까. 짐작하건대 적지 않을 것 같다.
거대한 변화기의 징조
이화여대가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진 게 오로지 단과대학 문제 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는 건 그동안 응어리진 다른 복합적 요인들도 한꺼번에 분출됐음을 시사한다. 그중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이 언제까지 통할지 의문이다. 그것도 재정사업을 대학에 미끼로 던지는 방식으로 말이다. 교육부는 재정사업을 대학에 재량권을 주는 쪽으로 바꾸겠다지만 그래 봤자다. 차라리 재정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정원, 입시, 등록금 등 규제를 푸는 게 백배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살 대학은 살 기회라도 줘야 할 것 아닌가.
어차피 교육부로선 대응하기 어려운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순서적 개념의 4차 산업혁명이 아니다. 변화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다중 변화의 시대’가 될 거란 전망이다. 기업도 개인도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게 뻔하다. 유연한 교육, 유연한 재교육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차라리 MOOC로 가라
미래를 예측하기도,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부 지시를 기다리다간 그냥 앉아서 죽기 딱 좋다. 정부가 프라임사업으로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 몇 개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치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육 소비자의 선택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이다. 교육 공급자의 자율성은 생존의 조건이나 다름없다. 기업 등 새로운 교육 공급자의 진입도 불가피하다.
대학의 구조조정과 평생(재)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괴적 혁신’을 주창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온라인공개강좌(MOOC)가 비효율적 대학을 대거 사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생(재)교육 측면에서도 MOOC만한 플랫폼이 없다. 곳곳에서 파괴적 혁신이 몰아치는데 교육만 안 될 이유가 없다.
교육부는 K-MOOC를 하고 있다지만 정부 주도로는 하세월이다. 민간 MOOC 플랫폼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여야 혁신이 가능하다. 콘텐츠가 문제이지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한국만 한 곳도 없다. 왜 그렇게 못하는지 알 수 없다. 혹여 교육부 존재가 위협받을까 겁나는가. 하지만 어쩌나. 결국은 그리되고 말 텐데.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