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정국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전으로 달아올랐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은 치열한 경쟁 끝에 이정현 의원이 승리했고, 더민주는 오는 27일 경선을 앞두고 후보 간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접전 끝에 당권을 거머쥐지만 대표 앞길이 순탄치는 않다는 게 과거 사례들이다.
당권은 '독이 든 성배'…임기 채운 여야 대표 2000년 이후 4명뿐
당권은 '독이 든 성배'…임기 채운 여야 대표 2000년 이후 4명뿐
2000년 이후 새누리당 계열 대표(대표 권한대행과 비상대책위원장 포함)는 20번 바뀌었다. 더민주 계열은 같은 기간 36번(27일 대표 교체 포함)이다. 평균 재임 기간은 새누리당이 10개월에 못 미쳤고, 더민주는 약 5.3개월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에서 재임 기간 2년을 채운 사람은 박근혜·강재섭·황우여 전 대표 3명이다.

더민주에서 임기 2년을 마친 사람은 정세균 의원(현 국회의장)이 유일하다. 그는 2008년 7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1개월간 대표직을 수행했다. 1년을 넘긴 사례는 손학규·김한길 전 대표밖에 없다.

대표가 이렇게 자주 바뀐 것은 선거 패배와 계파 갈등 때문이다. 선거가 잦다 보니 패배로 인해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가 돌아가면서 2년마다 치러진다. 5년마다 대통령선거가 있고, 2014년까지 1년에 두 번, 지난해부터 1년에 한 번 치러진 재·보궐선거 등이 대표 발목을 잡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김한길·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2014년 7·30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자진 사퇴했다. 손학규·박상천 전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도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하며 스스로 그만뒀다. 정세균 전 대표가 임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재·보궐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승리한 게 원동력이 됐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재임 시절(2004년 3월~2006년 6월) 당시 열린우리당은 잇단 선거 패배로 대표가 일곱 번 바뀌기도 했다.

더민주 대표 수명이 새누리당보다 더 짧은 것은 여러 계파 간 치열한 다툼 때문이다. 더민주 소속 한 의원은 “새누리당도 2007년 대선 경선전부터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대립이 있었지만 상대 계파 대표를 끌어내릴 만큼은 아니었다”며 “반면 더민주는 친노(친노무현)와 동교동계, 재야파 등 여러 계파가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면서 분당-합당을 거듭하는 등 과정에서 대표가 희생양이 되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의원은 당 대표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고 칭할 정도였다. 2004년 당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국가보안법을 두고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인 끝에 폐지 대신 고무·찬양 조항을 없애는 것으로 합의했다가 친노 강경파로부터 “당을 팔아먹었다”는 등의 험한 말을 듣고 의장직을 내놨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와 오는 27일 새로 뽑히는 더민주 대표의 앞길에도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경선 룰 등을 놓고 힘 있는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원만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야당은 대선주자 주도로 야권 통합 회오리바람이 불면 자칫 존재감을 잃을 수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