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기여가 인생 마지막 목표"…CJ, 이 회장 발언 짧게 발표
그룹 불확실성 제거 '긍정적'…경영 정상화·사회공헌에 방점
3년간 정체됐던 투자 재시동
CJ헬로비전 대표 변동식 내정

2013년 이후 CJ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하거나 포기한 기업들이다. 잇단 인수합병(M&A) 실패로 2012년 2조9000억원에 달하던 그룹 차원의 투자는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불러온 결과”라고 했다. 이 회장이 12일 특별사면을 받음에 따라 CJ는 M&A 확대 등 경영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 시동

CJ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대기업 총수 중 이 회장이 유일하게 사면을 받았고, 그것도 병을 치료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따라서 이 회장은 당분간 병 치료에 전념하고,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위원회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회장 사면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그룹 내 인사와 M&A 등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실패로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진 CJ헬로비전 대표는 조만간 교체될 전망이다. 김진석 대표는 최근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과거 CJ헬로비전 성장을 이끈 변동식 사회공헌추진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M&A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이 회장이 소송, 수감, 입원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한국맥도날드, 동양매직 등의 인수전에서 CJ그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3년간 정체됐던 투자와 M&A 등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CJ그룹이 △미디어 △식음료 △바이오 △홈쇼핑·물류 등 4개 사업 중심체제로 틀을 갖추는 것을 주도했다. 이 회장이 1990년대 중반 조직을 꾸린 멀티미디어사업부는 CJ E&M이 됐고, 푸드서비스사업팀과 유통사업추진팀은 각각 CJ푸드빌과 CJ프레시웨이가 됐다. 또 H프로젝트팀은 올리브영으로 발전해 연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J는 20년 전 이 회장이 그려놓은 그림 그대로 성장했다”며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등 대책 내놓을 듯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병세가 심해져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때문에 양쪽 다리 및 팔, 손,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CJ그룹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 외에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사면으로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사면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준/강영연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