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중개 뛰어드는 은행들…자문료 챙기고 금융상품 판매 '덤'
최근 한 아이돌그룹 멤버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중소형 빌딩을 매입했다. 빌딩 매물을 소개받은 곳은 부동산중개업소나 컨설팅업체가 아니라 한 시중은행이었다. 이 은행은 빌딩 매입 전 과정에 대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선 자금 조건에 맞는 중소형 빌딩을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소개받은 뒤 수익률을 분석했다. 투자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뒤에는 매입을 권하면서 필요한 자금 대출까지 지원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앞다퉈 부동산투자자문업에 뛰어들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는 자산가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투자자문업 진출 러시

신한은행이 2014년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시작한 ‘부동산투자자문업’은 지난해 국민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지난달 KEB하나은행이 뛰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의 각축장이 됐다.

KEB하나은행이 지난달 부동산투자자문업 등록 인가를 받은 뒤 한 달 동안 정식으로 의뢰받은 부동산 컨설팅만 17건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한 해 중소형 빌딩 매매를 통한 자문 수수료로 18억원의 이익을 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중소형 빌딩에 관심이 없던 고객들도 수도권 중심지 30억원 전후의 ‘꼬마빌딩’에 대해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믿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개업소가 아니라 은행을 찾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빌딩 자문 시장이 큰 편은 아니다. 은행은 자문업에 대한 수수료로 거래 자산가격의 최대 2%를 받는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5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금액은 5조5300억원이다. 전체 거래의 74.5%가 개인 간 매매다. 단순 환산하면 서울지역 중소형 빌딩 중개 자문 수수료만 820억원대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자문업에 나서는 것은 빌딩 거래에 수반되는 부대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부터 향후 부동산 상속을 위한 유언대용신탁까지 빌딩 거래에 수반되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상반기 5건의 자문업무를 추진한 우리은행의 안명숙 WM자문센터 부장은 “중소형 빌딩 투자부터 보유 부동산 매각, 신축 개발사업 등 다양하게 컨설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컨설팅 수수료보다 고객 관리 및 자문을 통한 부수적인 은행 거래 확대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련 ‘원스톱 서비스’ 제공

중소형 빌딩 중개는 30억~100억원대 빌딩을 담당하는 10여곳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와 30억원 미만의 소형 빌딩을 취급하는 20~30개 부동산 중개법인이 주로 해왔다. 그동안 이들이 수도권 대부분의 중소형 빌딩 매물 정보를 관리해 ‘그들만의 시장’이란 인식이 컸다. 그러다 보니 불투명한 빌딩 정보와 과도한 수수료 등의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부동산투자자문업에 진출하면서 중개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투자할 만한 빌딩 소개부터 매입 타당성 분석, 매입 자금 대출, 매입 후 임대관리, 절세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어서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센터장은 “고객들은 오랫동안 자산관리를 맡겨온 은행을 통해 소개를 받고 투자한다는 것에 안심하고, 중개업소도 다양한 투자자를 은행에서 연결해 준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