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일 팔팔하게 하자"…8년째 자동차 번호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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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만년 3위 통신사에 '1등 DNA' 이식 나선 승부사
만년 3위 통신사에 '1등 DNA' 이식 나선 승부사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업무용 차량 번호판 숫자는 ‘1888’이다.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거쳐 지금까지 8년째 이 번호를 쓰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중국 공장 건설과 시장 공략을 위해 한 해의 절반을 현지에서 보내며 중국 사람들이 재물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숫자 ‘8’을 좋아하게 됐다.
‘8’ 앞에 ‘1’을 넣어 ‘일(1)을 팔팔(88)하게 하자’는 뜻도 있다. 활력이 넘치고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권 부회장 스스로 다짐이 녹아있다. 그의 바람처럼 LG유플러스의 조직 문화와 실적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혁신은 격식 탈피에서 시작
라운드티에 약간 주름진 캐주얼 재킷, 핏감을 살린 청바지에 로퍼. 내년 환갑을 앞둔 권 부회장의 평소 출퇴근 복장이다. 외부 공식행사가 아니면 정장에 넥타이를 맨 모습은 보기 힘들다. 복장에서 드러나듯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고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영업 대리점에서 일하는 막내급 직원들과 카카오톡 단체방을 열어놓고 매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신용산 사옥 20층 집무실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임원들은 사전 약속이 없어도 언제든지 최고경영자(CEO) 집무실로 올라가 보고할 수 있다. 사업부문별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작년 12월 CEO 취임 이후 새로 만든 사내 주요 조직 중 하나가 ‘즐거운 직장팀’이다.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 증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는 부서다. 일하기 즐거운 직장이 혁신과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월 둘째·셋째주 수요일 오후 5시 퇴근, 반바지 등 자율복장제, 밤 10시 이후 업무 관련 카카오톡 금지, 임산부와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탄력근무제(시차출근제) 등이 이 팀에서 제안해 도입한 제도다.
1등 DNA 전도사
권 부회장에게는 ‘승부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LG그룹 관계자는 “승부사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국내 몇 안 되는 CEO”라며 “주요 사업 분기점마다 던진 승부수가 세계 1등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 입사 10년 만인 32세에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이 됐고 45세 때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LG전자 재경팀장을 맡았던 1999년 필립스와 LCD(액정표시장치)부문 전략적 제휴 협상에 참여하며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7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아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맞서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빅바이어’ 애플과의 공급계약을 따냈다. 취임 전 4분기 연속 적자였던 회사를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중국 시장을 돌며 2차 전지 분야 대형 고객사를 끌어안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LG화학 재임 시절 중국 1위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2위 둥펑, 3위 디이 등 10위권 이내 자동차 회사 중 절반 이상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 총 16개 중국 완성차 업체로부터 승용차, 버스 등 다양한 차종에 공급할 100만대 이상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확보했다.
탈(脫)통신 사업에 주력
권 부회장은 지난달 경기 곤지암리조트에서 임원 20여명과 무선가입자 1200만명 돌파를 자축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LG유플러스의 무선가입자 수는 올 2분기 기준 122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났다. 사업 외형도 커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영향에도 불구하고 2분기 매출은 8.2% 증가한 2조8791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5 대 3 대 2로 굳어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은 여전히 변한 게 없지만, LG유플러스가 선도할 수 있는 특화 사업을 키우며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보여준 ‘1등 신화’ 재현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권 부회장은 성장세가 둔화된 무선사업에서 미디어·콘텐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최대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인 LTE 비디오 포털은 지난 3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 사업인 홈사물인터넷(IoT) 가입자 역시 매달 2만여명의 순증 추세를 나타내며 이달 초 36만명을 넘어섰다. 홈IoT사업만 놓고 보면 업계 1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가 강조하는 1등은 단순히 이동통신 1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IoT사업처럼 산업 트렌드 변화와 투자 방향에 맞춰 LG유플러스가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미래 주요 사업 축 가운데 하나인 IoT를 육성하기 위해 사업조직 확대와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IoT사업부문 조직은 1년 새 8배나 커졌고, LG전자·이노텍·CNS 등 관련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공개 모집 방식의 인력 충원을 하고 있다.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Io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회장은 이달로 취임 9개월째를 맞았다. IoT사업 등 신규 사업 발굴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이동통신 분야에서 만년 3위 꼬리표를 떼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주 2박3일의 짧은 휴가를 떠난 그의 짐 속에는 책 한 권이 들어있다. LG유플러스가 27명의 우수 대리점주들의 경영 성공 노하우를 에세이 형태로 엮어 자체 발간한 《일등 유플러스를 꿈꾸며》다. “답은 언제나 현장과 고객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의견을 토대로 남들이 깜짝 놀랄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봅시다.” 그가 최근 영업 대리점주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권영수 부회장 프로필
△1957년 2월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8년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 △1998년 LG전자 M&A추진 팀장(상무) △2002년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12월 LG유플러스 CEO 취임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8’ 앞에 ‘1’을 넣어 ‘일(1)을 팔팔(88)하게 하자’는 뜻도 있다. 활력이 넘치고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권 부회장 스스로 다짐이 녹아있다. 그의 바람처럼 LG유플러스의 조직 문화와 실적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혁신은 격식 탈피에서 시작
라운드티에 약간 주름진 캐주얼 재킷, 핏감을 살린 청바지에 로퍼. 내년 환갑을 앞둔 권 부회장의 평소 출퇴근 복장이다. 외부 공식행사가 아니면 정장에 넥타이를 맨 모습은 보기 힘들다. 복장에서 드러나듯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고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영업 대리점에서 일하는 막내급 직원들과 카카오톡 단체방을 열어놓고 매일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신용산 사옥 20층 집무실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임원들은 사전 약속이 없어도 언제든지 최고경영자(CEO) 집무실로 올라가 보고할 수 있다. 사업부문별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작년 12월 CEO 취임 이후 새로 만든 사내 주요 조직 중 하나가 ‘즐거운 직장팀’이다.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 증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는 부서다. 일하기 즐거운 직장이 혁신과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월 둘째·셋째주 수요일 오후 5시 퇴근, 반바지 등 자율복장제, 밤 10시 이후 업무 관련 카카오톡 금지, 임산부와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탄력근무제(시차출근제) 등이 이 팀에서 제안해 도입한 제도다.
1등 DNA 전도사
권 부회장에게는 ‘승부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LG그룹 관계자는 “승부사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국내 몇 안 되는 CEO”라며 “주요 사업 분기점마다 던진 승부수가 세계 1등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 입사 10년 만인 32세에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이 됐고 45세 때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다. LG전자 재경팀장을 맡았던 1999년 필립스와 LCD(액정표시장치)부문 전략적 제휴 협상에 참여하며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7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아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맞서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빅바이어’ 애플과의 공급계약을 따냈다. 취임 전 4분기 연속 적자였던 회사를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중국 시장을 돌며 2차 전지 분야 대형 고객사를 끌어안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LG화학 재임 시절 중국 1위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2위 둥펑, 3위 디이 등 10위권 이내 자동차 회사 중 절반 이상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 총 16개 중국 완성차 업체로부터 승용차, 버스 등 다양한 차종에 공급할 100만대 이상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확보했다.
탈(脫)통신 사업에 주력
권 부회장은 지난달 경기 곤지암리조트에서 임원 20여명과 무선가입자 1200만명 돌파를 자축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LG유플러스의 무선가입자 수는 올 2분기 기준 122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났다. 사업 외형도 커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영향에도 불구하고 2분기 매출은 8.2% 증가한 2조8791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5 대 3 대 2로 굳어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은 여전히 변한 게 없지만, LG유플러스가 선도할 수 있는 특화 사업을 키우며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보여준 ‘1등 신화’ 재현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권 부회장은 성장세가 둔화된 무선사업에서 미디어·콘텐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최대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인 LTE 비디오 포털은 지난 3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래 사업인 홈사물인터넷(IoT) 가입자 역시 매달 2만여명의 순증 추세를 나타내며 이달 초 36만명을 넘어섰다. 홈IoT사업만 놓고 보면 업계 1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가 강조하는 1등은 단순히 이동통신 1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IoT사업처럼 산업 트렌드 변화와 투자 방향에 맞춰 LG유플러스가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미래 주요 사업 축 가운데 하나인 IoT를 육성하기 위해 사업조직 확대와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IoT사업부문 조직은 1년 새 8배나 커졌고, LG전자·이노텍·CNS 등 관련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공개 모집 방식의 인력 충원을 하고 있다.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Io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회장은 이달로 취임 9개월째를 맞았다. IoT사업 등 신규 사업 발굴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이동통신 분야에서 만년 3위 꼬리표를 떼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주 2박3일의 짧은 휴가를 떠난 그의 짐 속에는 책 한 권이 들어있다. LG유플러스가 27명의 우수 대리점주들의 경영 성공 노하우를 에세이 형태로 엮어 자체 발간한 《일등 유플러스를 꿈꾸며》다. “답은 언제나 현장과 고객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의견을 토대로 남들이 깜짝 놀랄 만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봅시다.” 그가 최근 영업 대리점주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권영수 부회장 프로필
△1957년 2월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8년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 △1998년 LG전자 M&A추진 팀장(상무) △2002년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2015년 12월 LG유플러스 CEO 취임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