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너무 엄격한 잣대
대우조선, 안진서 삼일로 바뀐뒤 이연법인세 자산 1조 인정 안해
삼일서 안진으로 바뀐 한진중공업, 숨은 손실 찾아내 재무제표 수정
"조선산업 회계 정상화 한 것"
"고무줄 잣대에 업계 피해" 불만
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4499억원, 당기순손실 1조1895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 규모가 7973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대우조선 이연법인세 자산을 인정하지 않은 결과다. 대우조선 이연법인세 자산은 1분기 1조187억원에서 2분기 3658억원으로 줄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향후 대우조선의 실적이 지난해 전망치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이연법인세 자산을 대폭 줄였다.
같은 날 한진중공업은 2014년 및 2015년 재무제표를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과 2015년의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1313억원과 502억원 늘어나게 됐다. 담당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이 선박을 건조할 때 드는 비용을 좀 더 늘려 계산했기 때문이다. 발주사의 경영 사정이 악화된 것을 반영해 선박대금 회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회계법인이 일부 조선사에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마자 해당 조선사의 실적이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과 한진중공업은 모두 올초 외부 감사기관을 변경했다. 대우조선 감사기관은 딜로이트안진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바뀌었다. 한진중공업 감사기관은 삼일회계법인에서 딜로이트안진으로 변경됐다.
◆엄격해진 잣대…책임 회피 논란
조선업계에서는 회계법인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사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조선사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논란이 불거지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새 외부 감사기관이 과거 회계법인의 감사가 느슨했다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향후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 자산 축소와 한진중공업의 건조비용 확대 등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정도가 지나쳤다”며 “딜로이트안진과 삼일회계법인이 서로를 공격하는 바람에 조선사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회계법인이 1분기 보고서를 검토할 때는 회계 문제를 거론하지 않다가 2분기에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안진은 종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감사에 인력을 약 50% 이상 더 투입했고, 그 결과 수정해야 할 부분을 더 많이 찾아낸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엄격한 기준으로 감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회계법인을 공격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것은 아니다”며 “회계법인들은 앞으로도 조선사에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 자산 축소 규모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 수주실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3조~4조원 규모의 이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줄일 수밖에 없다”고 회계법인은 설명했다.
■ 이연법인세 자산
미래에 발생할 법인세 감세 금액.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상 계산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처리하는 회계상 항목을 의미한다. 앞으로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 것으로 전망되면 이연법인세 자산이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 줄어든다.
도병욱/김태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