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산업 진흥 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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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중국 드론 업체인 DJI가 실내 드론비행장을 한국에 지었다는 보도는 많은 이를 허탈하게 했다. 정부가 지난달에야 드론 육성책을 내놓았는데 중국에는 벌써 매출 1조원짜리 드론 회사가 있다니…. 게다가 선진국 업체가 예전에 그랬듯이 한국 드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했다니 말이다.
드론은 첨단 기술산업이 아니다. 소비자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누가 먼저 찾아내고, 어떤 방식으로 선보이느냐는 혁신의 싸움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중국에 이미 5년 이상 뒤처졌고, 배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뒤진 국가 가운데 하나가 돼버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정부 때문이다.
항공법에 묶여 실패한 드론
드론을 항공법 안에서 ‘육성’해온 탓이다. 최근에야 25㎏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12㎏ 이상은 반드시 항공청에 신고토록 했고, 비행금지 구역을 포함한 운행 제한이 과도했다. 그러니 장난감 수준 제품밖에 만들 수밖에 없었고 10여년을 그대로 까먹은 것이다.
하기야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기자 곧바로 AI(인공지능) 육성책을 발표한 게 정부다. 5년간 1조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구글을 뛰어넘는 지식데이터를 쌓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투자해온 구글을 몇 년 안에 이긴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 계획 자체가 바둑대회를 보고 뚝딱 만든 것이니 더 허탈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업계 화두가 되는 것을 보고 센서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고,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세계를 장악하자 한국형 유튜브 개발계획을 내놓은 것도 정부다.
아주 똑똑한 사람은 말이 안 되는 정부 정책이지만 그것을 이용해 정부 과제를 따먹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정부가 나설 때 일부러 안 따라가고, 멍청한 사람은 정부를 믿고 따라가다 피를 보게 된다는 항간의 얘기가 전혀 농담이 아니다.
정부 나서면 규제만 늘어날 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기술 및 비즈니스 속도와 규모가 정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정부보다 정보가 늦고 자금 동원력도 떨어졌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업종 담당 공무원이 몇 명에 불과하고 신산업은 한 명이 여러 개를 맡고 있는 현실에서는 정부가 어쭙잖은 진흥정책을 내느니 차라리 손을 떼는 게 나을 때도 많다. 중국에서 드론산업이 급성장한 데는 ‘담당 공무원’이 없는 것이 최대 비결일지도 모른다.
신산업이나 혁신상품은 개인이나 기업의 위험 감수를 필요로 한다. 망하는 것도 자기 책임이다. 정부가 과오·중복 투자를 걱정하며 나서는 순간, 위험은 줄어들지 몰라도 혁신 동기는 떨어지게 돼 있다.
시장은 이제 글로벌 수준에서 변한다. 우리만의 규제가 있는 한, 한국의 혁신가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불이익을 받는다.
정부는 진흥과 육성이 아니라 이제 시장의 심판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또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연구개발(R&D)과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야 옳다. 신산업이야말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장 필요한 분야다. 정부가 진흥과 육성이라는 옛 틀에 매여 있는 한, 이런 싹을 다 죽이고 말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드론은 첨단 기술산업이 아니다. 소비자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누가 먼저 찾아내고, 어떤 방식으로 선보이느냐는 혁신의 싸움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중국에 이미 5년 이상 뒤처졌고, 배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뒤진 국가 가운데 하나가 돼버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정부 때문이다.
항공법에 묶여 실패한 드론
드론을 항공법 안에서 ‘육성’해온 탓이다. 최근에야 25㎏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12㎏ 이상은 반드시 항공청에 신고토록 했고, 비행금지 구역을 포함한 운행 제한이 과도했다. 그러니 장난감 수준 제품밖에 만들 수밖에 없었고 10여년을 그대로 까먹은 것이다.
하기야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기자 곧바로 AI(인공지능) 육성책을 발표한 게 정부다. 5년간 1조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구글을 뛰어넘는 지식데이터를 쌓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투자해온 구글을 몇 년 안에 이긴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 계획 자체가 바둑대회를 보고 뚝딱 만든 것이니 더 허탈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업계 화두가 되는 것을 보고 센서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고,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세계를 장악하자 한국형 유튜브 개발계획을 내놓은 것도 정부다.
아주 똑똑한 사람은 말이 안 되는 정부 정책이지만 그것을 이용해 정부 과제를 따먹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정부가 나설 때 일부러 안 따라가고, 멍청한 사람은 정부를 믿고 따라가다 피를 보게 된다는 항간의 얘기가 전혀 농담이 아니다.
정부 나서면 규제만 늘어날 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기술 및 비즈니스 속도와 규모가 정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정부보다 정보가 늦고 자금 동원력도 떨어졌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업종 담당 공무원이 몇 명에 불과하고 신산업은 한 명이 여러 개를 맡고 있는 현실에서는 정부가 어쭙잖은 진흥정책을 내느니 차라리 손을 떼는 게 나을 때도 많다. 중국에서 드론산업이 급성장한 데는 ‘담당 공무원’이 없는 것이 최대 비결일지도 모른다.
신산업이나 혁신상품은 개인이나 기업의 위험 감수를 필요로 한다. 망하는 것도 자기 책임이다. 정부가 과오·중복 투자를 걱정하며 나서는 순간, 위험은 줄어들지 몰라도 혁신 동기는 떨어지게 돼 있다.
시장은 이제 글로벌 수준에서 변한다. 우리만의 규제가 있는 한, 한국의 혁신가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불이익을 받는다.
정부는 진흥과 육성이 아니라 이제 시장의 심판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또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연구개발(R&D)과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야 옳다. 신산업이야말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장 필요한 분야다. 정부가 진흥과 육성이라는 옛 틀에 매여 있는 한, 이런 싹을 다 죽이고 말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