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갔다 말하지 마라…평균 나이 50세, 청춘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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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불타는 청춘' 인기
김국진·강수지는 실제 연인으로
김국진·강수지는 실제 연인으로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은 청춘의 꿈과 고민, 성장, 사랑을 그린 청춘영화 붐을 일으킨 수작이다. 건달(신성일 분)과 외교관 딸(엄앵란 분)의 비극적 사랑과 이들의 대비되는 장례식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내포했다는 평을 받으며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기도 했다. 2년 후 개봉된 같은 제작진의 ‘불타는 청춘’ 역시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기성세대에 대항하는 청춘의 도전과 사랑을 그렸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은 50년 전 한국을 들뜨게 한 청춘영화 시리즈와 전혀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장르와 형식의 차이를 벗어나면 출연진 모두 후퇴하고 좌절하면서도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불타는 청춘’ 출연진의 평균 나이는 50세다. 주요 출연진은 김국진, 강수지, 김완선, 김도균, 최성국, 이규석, 박세준, 정수라, 안혜지, 이연수, 구본승, 김승진 등.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으나 세월이 흘러 잊혀진 이들이다. 김국진을 제외하고는 간헐적으로 TV에 출연했거나 아예 수십년간 생존 여부마저 궁금했던 과거의 인물들이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아무 예고도 없이 어느 시골집에서 만나 밥을 해 먹으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카메라는 8~9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우왕좌왕 어색해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출연진이 수십개의 카메라에 익숙해질 즈음 친구들과 고된 일을 하며 가까워지고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불타는 청춘’만의 이색 매력이다.
강수지가 김국진에게 배 위에서 “딸이 우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TV를 보지 않는다”고 걱정스럽게 말하거나 김동규와 유혜리가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돈을 떼인 공통의 인생 경험에 박장대소하고, ‘인생 경험 신생아’인 김완선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아~ 맛있다”고 외쳐대는 장면들은 잔잔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수십년 전 가요계를 풍미했던 안혜지가 털어놓는 돌아가신 부모 이야기를 들어주며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강수지의 슬픔은 끼인 세대인 중년의 현실을 일깨운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데 50대는 돼야 결혼하지 않겠느냐”며 “최고조인 40대를 만끽해야 한다”는 박선영의 주장에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흥했건 망했건 삶의 경험이 풍부한 왕년의 스타들이 모였으니 판이 벌어졌다 하면 국보급인 것은 당연지사. 한국 3대 기타리스트인 백두산 김도균과 ‘홍콩 스타’ 김완선의 친구 알란 탐의 즉석 공연이나 김국진의 서영춘 랩, 김완선과 김동규, 김도균의 공연 등은 두고두고 반복해서 볼 명장면들이다.
120세 시대라는 요즘, 평균 연령 50세면 청춘이다. 청춘영화가 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성장드라마였듯이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은 단순한 중장년 대상의 복고풍 복합 관찰 예능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초고령화 시대 ‘청춘’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이 다음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러기 위해서 ‘친구’와 ‘재미’가 왜 필요충분조건이 돼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은 말해주고 있다. 과거 ‘맨발의 청춘’ 주인공인 신성일, 엄앵란이 평생지기가 된 것처럼 김국진, 강수지가 실제 커플이 된 것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은 50년 전 한국을 들뜨게 한 청춘영화 시리즈와 전혀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장르와 형식의 차이를 벗어나면 출연진 모두 후퇴하고 좌절하면서도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불타는 청춘’ 출연진의 평균 나이는 50세다. 주요 출연진은 김국진, 강수지, 김완선, 김도균, 최성국, 이규석, 박세준, 정수라, 안혜지, 이연수, 구본승, 김승진 등.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으나 세월이 흘러 잊혀진 이들이다. 김국진을 제외하고는 간헐적으로 TV에 출연했거나 아예 수십년간 생존 여부마저 궁금했던 과거의 인물들이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아무 예고도 없이 어느 시골집에서 만나 밥을 해 먹으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카메라는 8~9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우왕좌왕 어색해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출연진이 수십개의 카메라에 익숙해질 즈음 친구들과 고된 일을 하며 가까워지고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불타는 청춘’만의 이색 매력이다.
강수지가 김국진에게 배 위에서 “딸이 우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TV를 보지 않는다”고 걱정스럽게 말하거나 김동규와 유혜리가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돈을 떼인 공통의 인생 경험에 박장대소하고, ‘인생 경험 신생아’인 김완선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아~ 맛있다”고 외쳐대는 장면들은 잔잔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수십년 전 가요계를 풍미했던 안혜지가 털어놓는 돌아가신 부모 이야기를 들어주며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강수지의 슬픔은 끼인 세대인 중년의 현실을 일깨운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데 50대는 돼야 결혼하지 않겠느냐”며 “최고조인 40대를 만끽해야 한다”는 박선영의 주장에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흥했건 망했건 삶의 경험이 풍부한 왕년의 스타들이 모였으니 판이 벌어졌다 하면 국보급인 것은 당연지사. 한국 3대 기타리스트인 백두산 김도균과 ‘홍콩 스타’ 김완선의 친구 알란 탐의 즉석 공연이나 김국진의 서영춘 랩, 김완선과 김동규, 김도균의 공연 등은 두고두고 반복해서 볼 명장면들이다.
120세 시대라는 요즘, 평균 연령 50세면 청춘이다. 청춘영화가 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성장드라마였듯이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은 단순한 중장년 대상의 복고풍 복합 관찰 예능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초고령화 시대 ‘청춘’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이 다음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러기 위해서 ‘친구’와 ‘재미’가 왜 필요충분조건이 돼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은 말해주고 있다. 과거 ‘맨발의 청춘’ 주인공인 신성일, 엄앵란이 평생지기가 된 것처럼 김국진, 강수지가 실제 커플이 된 것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