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좌초 위기] 구조조정 직격탄 맞은 조선업 밀집지역 "추경 미뤄지면 경기부양 효과 없을 것"
조선업 밀집 지역 경기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수출 감소, ‘김영란법’ 시행(9월)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실업자 지원 등의 목적으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국내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조선업 밀집 지역인 울산 경남 전남 전북의 실업률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지역의 7월 실업자 수는 총 12만6000명으로 작년 말(9만8000명)보다 2만8000명 늘었다. 실업률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실업자 수 증가 폭은 5만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이들 지역의 소비도 빠른 속도로 침체하고 있다. 통계청의 2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울산의 2분기 백화점·대형마트 판매는 지난해 2분기보다 2.8% 감소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남의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1.2%였다. 경기 조사를 위해 거제, 울산 등을 방문한 한 국책연구소 본부장은 “점심 시간에도 길거리에 사람이 안 보이고 번화가엔 문 닫은 술집이 많았다”며 “소비시장이 완전히 죽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추경을 편성한 주요 목적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 최소화’다. 정부는 조선업 종사자 고용안정 지원(2000억원), 조선업 밀집 지역 일자리 창출(400억원) 등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 총 1조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실업자와 조선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추경 집행이 늦어지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등 대내외 변수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은 적기에 신속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며 “10월로 추경 집행 시점이 늦어진다면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치를 2.8%로 하향 조정했지만, 추경이 늦어지면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