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계부채 시한폭탄' 폭발력 커지고 있다
1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12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가계인 개인사업자대출 251조6000억원(7월 말)을 합한 전체 가계부채는 1475조3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를 크게 상회한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도 174%로, 소비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 100~1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지난 2월부터 수도권, 5월부터 전국으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확대 시행 중이다. 이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매월 전년 동기비 증가액이 35조원 수준에서 30조원 내외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금융권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기타대출 모두, 특히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금융권 대출은 전년 동기비 증가액이 20조원대에서 최근 30조원대까지 급증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둔화로 2008년 이후 8년간 장기침체를 지속한 끝에 정부의 주택경기 정상화 노력으로 지난해 중반 이후 소폭 회복기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말 현재 건설부문에 188만명이 취업하고 있는 고용현실과 중소형 주택공급 부진으로 전·월세가 다시 올라가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우려가 작지 않다.

가계대출이 증가해도 자산증가가 함께 따른다면 자산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폭락하지 않는 한 대출부실화 우려가 작다. 반면 최근처럼 2금융권 대출이 무담보대출 중심으로 이뤄질 때는 경기가 부진해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 은행 주택담보대출도 종전 60% 내외를 유지해 오던 주택구입목적 대출비중이 40% 수준까지 하락했다.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은행 주택담보대출 60%가 비주택구입목적 대출이고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과 2금융권을 합한 주택담보대출 509조원의 60%, 306조원이 비주택구입목적 대출이다. 여기에 예금취급기관 무담보대출 316조원과 기타금융회사의 대출 333조원, 판매신용 65조원, 개인사업자대출 252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86%가 주택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상당부분은 경제가 어려워져서 초래됐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가 넘어 위험대출로 간주되는 대출비중이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들에서 상당히 높다. 이들 2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과 55세 이상 차주 비중도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 부실화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은행권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결과 2금융권의 대출이 증가한다고 2금융권에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생계가 어려운 가계를 금리가 높은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

투자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켜 생계형 대출과 영세자영업자 사업자금 대출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2금융권 무담보 기타대출과 LTV 70% 이상 고위험 담보대출은 건전성 규제 등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회사도 고위험 대출에 대해서는 사전 워크아웃이나 채무재조정을 통해 금융부실을 줄여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 은퇴노장년층의 임시 일용 취업 환경개선 등으로 과도한 고령 영세 자영업 대출수요도 줄여 나가는 등 미시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