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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대형 가구업체에 대한 가치평가가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량 감소로 최근 수년간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의 2014년 한국 상륙으로 본격화한 브랜드 마케팅 비용 증가도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급작스러운 기관투자가의 변심 탓에 상장 문턱에서 발을 돌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생존 위한 할인 판매”

[기업 재무] 수익성 흔들리는 가구업체 가치평가 '찬밥'
가정용 가구 매출 국내 6위 업체인 까사미아는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를 공식 철회했다.

공모주 가격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경쟁입찰 방식의 사전 청약)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까사미아는 최소 1900억원 규모 시가총액을 예상하고 600억원어치 주식을 공모하려 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가구업체의 수익성 악화 추세를 우려해 수요예측 참여를 거부하거나 낮은 값을 써냈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매출이 1204억원으로 1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8.5% 감소했다. 회사 측은 수익성 악화 배경에 대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일환으로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덩치가 큰 경쟁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재무] 수익성 흔들리는 가구업체 가치평가 '찬밥'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4350억원으로 8.5% 늘었지만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한샘의 매출은 지난해 1조7105억원으로, 2012년 7832억원에서 3년 동안 118% 증가했다. 업계 2위 현대리바트는 지난 2분기 매출이 1686억원으로 되레 1.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22.2% 줄어들었다.

주가도 올 들어 힘을 못쓰고 있다. 한샘의 주가는 지난주 주당 16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말 23만1500원에서 28.1% 하락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한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현대리바트는 같은 기간 3만5000원에서 2만4100원으로 31.1% 떨어졌다.

주택 거래량 감소가 원인

[기업 재무] 수익성 흔들리는 가구업체 가치평가 '찬밥'
전문가들은 가구업체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택 매매 거래량 감소를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빠르게 늘어나던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모두 46만7000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 61만가구 대비 23% 줄었다. 가정용 가구는 제품의 수명과 교체 주기가 길어 이사나 입주 관련 수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왔다.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모두 119만3691가구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이용원 한국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올 들어 주택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구 교체 수요가 급작스럽게 위축됐다”며 “소비 경기 침체와 저마진 온라인 채널 판매가 늘어난 것도 가구업계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마케팅 강화에 따른 고정비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 가구업체들은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이케아의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홍보에 힘써왔다. 아울러 도·소매 유통 구조를 없애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이케아를 본떠 대형 유통매장 투자를 크게 늘렸다. 박 연구원은 “고정비 부담이 커졌는데 매출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경쟁만 심해지고 있다는 게 가구업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