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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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이끄는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이번 주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차익 매력이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수급 악화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 외국인들, 원자재·수출·금융주 비중 축소 중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8월 이후 내수주(株)와 낙폭과대 업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건강관리, 미디어, 호텔·레저, 필수소비재 등의 보유비중이 불었다.

이와는 반대로 원자재 관련주, 수출주, 금융주 등은 외국인이 비중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외 패시브(passive) 자금이 유입되면서 일부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이 커졌다"면서 "특히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치 경신의 중요 동력 중 하나가 패시브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주식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 그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내 삼성전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액티브(active) 자금 위주로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시브 자금의 유입 강도가 둔화될 경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의 수급 모멘텀(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주 후반 진행될 미국의 잭슨홀 미팅(25~27일)을 정점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유입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 "원·달러 환율 반등 시 '외국인 매도' 나올 듯"

증시전문가들은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질 것"이라며 "달러 강세와 동시에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진행되면 원·달러 환율의 반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보유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오후 2시27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9.80원(0.88%) 오른 1125.4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40원(0.04%) 오른 1118.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상승폭을 키웠다.

정동휴 신영증권 주식전략 담당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은 환율에 민감하다"며 "더욱이 평균 대비 높은 환차익을 확보 중이라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결국 순매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와 다르게 환차익이란 추가적인 투자 수단이 존재하다"면서 "2012년 이후 코스피 지수대가 높은수록 외국인의 선호 종목군 투자수익률은 부진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시 외국인 선호 종목군은 순매도에 따른 물량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세 상승해 1150원대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외국인 수급은 순매도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간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 종목 중에서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과거 대비 낮은 곳이거나 지수 하락 시 하락 민감도가 큰 종목들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는 게 신영증권의 판단이다.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외의 요인으로 인해 주가 하락 폭이 깊을 수 있기 때문. 현대엘리베이터, SK네트웍스, 한솔케미칼, GKL, 한라홀딩스, SK하이닉스 등이 외국인 매도 전환 시 주가 부담이 예상되는 곳으로 지목됐다.

이경민 연구원은 "건강관리, 미디어, 호텔·레저 등 가격과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은 업종과 종목 중심의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