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주연 씨(26)는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 후 강원 양양으로 향한다. 1주일간 격무에 시달려 몸은 피곤하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는 기분은 들뜬다. 양양에서 즐길 수 있는 서핑 때문이다. 이씨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서핑을 한국 동해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바다로 나가 파도에 올라타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고 말했다.

작은 보드 하나에 의지해 파도를 타는 서핑이 젊은 직장인들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3년 전부터 빠르게 동호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 양양 하조대해수욕장 인근에 개방한 서핑 전용 해변에는 올해 방문자가 5만명을 넘어서며 ‘서핑 메카’로 떠올랐다. 수도권에서 빠르면 3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서울 시내 직장인도 큰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이곳의 한 리조트 관계자는 “이용자의 70%가량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운동신경이 좋아야만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과 달리 1시간만 강습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7만~8만원만 내면 서핑 보드 대여부터 맞춤형 강습까지 받을 수 있다. 이씨는 “반나절 정도만 타도 어떻게 타야 하는지 감이 오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파도를 즐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밤이 되면 또 다른 재미가 기다린다. 해변에서는 매일 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파티가 열리고 바비큐와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서핑 전용 해변은 일반 해수욕장과 비교해 접근성이 떨어져 승용차가 필요하다. 함께 파티를 즐기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에도 좋은 장소다. 지난 주말 서핑을 배우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직장인 김모씨(33)는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즐거움과 여름밤의 낭만에 취해 이곳에서 ‘짝’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바닷가 인근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재미도 ‘여름 한 철’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서핑 고수’들은 한여름보다 9~10월이 서핑을 즐기기엔 최적의 날씨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날씨가 화창한 여름에는 파도가 높지 않아 파도를 기다리다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며 “가을에는 파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