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가 22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GC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시우가 22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GC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K골프의 ‘영건’ 김시우(21·CJ대한통운)가 생애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시우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GC(파70·7127야드)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총상금 560만달러·약 63억원)에서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인의 PGA투어 역대 다섯 번째 우승이자 최연소 우승(21세2개월)이다. 2013년 PGA투어에 입성한 김시우는 성적 부진으로 2부투어에서 2년 동안 담금질을 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시우는 PGA투어의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폭우도 막지 못한 첫 우승

김시우는 이날 4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전날 경기 후 “긴장감을 털어내는 게 숙제”라고 걱정하던 것과 달리 이날 김시우는 초반부터 버디 사냥에 나섰다.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한 뼘 거리에 붙여 쉽게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9번홀까지 버디 3개를 더 보태며 순항했다. 후반 들어 3타를 잃으며 흔들렸지만 추격하던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짐 퓨릭(미국) 등도 함께 주춤해 격차를 지켰다.

승부는 15번홀(파5)에서 갈렸다. 3타 차로 쫓아온 퓨릭이 3퍼트 보기로 주저앉은 15번홀에서 김시우는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가볍게 1타를 줄이고 4타 차로 달아났다.

날씨도 김시우의 담력을 시험했다. 16번홀을 마친 뒤 쏟아진 폭우 탓에 1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다. 하지만 김시우는 동요 없이 17번홀을 파로 막아내고 18번홀(파4)에서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김시우는 이날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로 2위 도널드를 5타 차로 따돌렸다.

김시우의 우승으로 PGA투어 한국인 챔피언은 최경주(46·SK텔레콤) 양용은(44·KB금융그룹) 배상문(30·캘러웨이) 노승열(25·나이키골프)에 이어 5명으로 늘어났다.

최연소 데뷔했지만 2부투어 가시밭길

김시우는 갓 스물을 넘겼지만 산전수전을 겪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다. 사상 최연소 합격(17세5개월6일)이어서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출발은 화려했지만 가시밭길이 이어졌다. 만 18세가 되기 전이라 투어 카드를 받을 수 없어 이듬해 PGA투어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8개 대회에 출전했고 이 중 일곱 차례 예선(커트) 탈락, 한 차례 기권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적어냈다. 2부투어로 내려간 뒤에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2부투어 19개 대회에 출전해 네 번만 예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김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2부투어에서 상금랭킹 10위에 올라 올해 PGA투어 무대를 다시 밟았다.

김시우는 2년간의 담금질을 거치며 달라졌다. 소니오픈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치며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4위에 올랐다. 이어 커리어빌더챌린지에서 9위에 오르자 골프다이제스트는 “조던 스피스에 이어 주목받는 신예”라고 극찬했다.

우승 기회는 지난달 바바솔챔피언십에서 찾아왔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는 맹타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하지만 연장 4번째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김시우는 “이때 압박감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실패를 겪으며 성장한 김시우는 윈덤챔피언십에서 나흘 동안 흔들림 없는 경기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페덱스컵랭킹을 15위로 끌어올린 김시우는 오는 25일 개막하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첫 대회 더바클레이즈에 출전한다.

강성훈(29)은 이날 1타를 줄여 공동 46위(7언더파 273타)에 그쳤지만 페덱스컵랭킹 12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