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된 한국…검경이 흘린 땀의 결실"
“1971년부터 방영된 드라마 ‘수사반장’ 기억하십니까. 드라마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단속하는 장면이 나오곤 했어요. 한국이 마약 제조국가라는 오명을 입던 시기였죠.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마약 청정국으로 꼽힙니다. 검찰과 경찰이 협동해 소탕 작전을 펼친 결과죠.”

김태권 대검찰청 마약과장(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사진)은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검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이날 ‘2015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역대 가장 많은 1만1916명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1989년 마약과를 신설한 대검은 이듬해부터 국내 마약류 범죄 동향, 마약류 국제협력 동향 등의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대검이 발간한 범죄별 백서는 이 책이 처음이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 대대적인 소탕으로 7000명대로 내려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7~2009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경제 상황과 마약류 사범 규모가 반비례하는 양상이다.

통계만 보면 마약류 사범은 최근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그런데도 한국이 마약 청정국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뭘까. 김 과장은 “마약류 범죄는 절도, 교통사고처럼 피해자가 있거나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은밀히 이뤄진다”며 “통계만 보면 마약류 사범이 늘고 있는 게 맞지만 이는 동시에 일선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적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반항하는 마약류 사범 검거가 때론 조폭 수사보다 위험한 경우도 있다”며 “일선 수사관과 경찰관들의 고생이 많다”고 전했다.

마약류 범죄는 더욱 ‘익명화’되고 있다. 김 과장은 “예전에는 마약류를 아는 사람끼리 ‘알음알음’ 거래했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마약류 공급 루트가 기존 중국에서 일본,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등으로 다변화됐다는 점도 최근 동향이다. 여성, 중국 동포, 탈북자 등으로 마약류 취급 계층이 넓어지고 있는 점도 대검의 고민이다. 지난달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적발, 기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여명의 여성이 다이어트를 위해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불법으로 매수해 적발됐다.

마약류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향후 대책은 무엇일까. 김 과장은 “올해 안에 인터넷 마약 거래 관련 글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범죄에 더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