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한광희 한일경상학회장. / 최혁 기자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한광희 한일경상학회장. / 최혁 기자
[ 김봉구 기자 ] “우리 기업들이 가격으로 경쟁해선 더 이상 중국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기술경쟁력으로 가야 해요.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죠. 대기업이 흔들리면 협력업체들이 고사하는 허약한 체질로는 앞으로의 장기 불황을 돌파하기 어렵습니다.”

23일 경기도 오산 한신대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 국제학술대회 행사장에서 만난 한광희 한일경상학회장(한신대 교수·사진)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되풀이 강조했다. 학회는 ‘저성장 시대의 한일 경제와 경영에 대한 과제와 전망’ 주제의 학술대회 본 행사를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주관했다.

저성장기 중소기업의 역할론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글로벌 저성장이 심화되면서 일본 중소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이 저성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탄탄한 기술력에 기반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몇몇 대기업에 의존한 착시 현상이 있는데 이들 대기업이 흔들리면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독자적 기술력을 갖춰야 가격 협상력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광희 회장은
한광희 회장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저성장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혁 기자
기업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저성장기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쌓는 것이란 설명을 곁들였다.

실제로 학술회의에는 일본 연구자들도 대거 참석,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인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로 대표되는 중소기업 기술력의 함의와 시사점을 짚기도 했다.

한 회장은 “단순히 일본 중소기업이 잘하니 따라가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중소기업이 변해야 국가 경제의 밑바탕을 바꿔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과 분리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정책적 지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니, 히타치처럼 한때 위기에 처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한 일본 대기업 역시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을 추월했듯, 우리 대기업도 앞으로 중국 전자·IT(정보기술) 기업과 경쟁을 벌이다가 위기를 맞는 상황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그는 “미래비전 있는 신수종 사업 발굴이 중요하다. 때로는 업종 자체를 바꾸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거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할 때”라면서 “그러려면 1년 단위 실적에 얽매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짜고 창의적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일 양국이 번갈아 개최하며 31회를 맞은 올해 국제학술대회는 중국·베트남·미얀마 등의 연구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 회장은 “모국과 한국의 경제나 기업경영을 비교 연구하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참여 국가 수를 늘려 국제학술대회로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오산=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