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48일 만에 '5년 아젠다' 뚝딱 만든 인수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맞춤형 고용복지’ 등이 포함된 5대 국정목표를 발표했다. 한 달 보름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결과물이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골자로 하는 4대 국정기조가 공개됐다.

그해 하반기엔 ‘비정상의 정상화’가 국정 화두로 등장했고, 이듬해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이 국정 아젠다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노동 등 4대부문 개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대통령 임기 5년 중 첫 3년 내내 국정목표가 바뀐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국정 아젠다를 확실하게 정했어야 했는데, 인수위 시절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정책 ‘아이콘’으로 통하는 창조경제는 물론 연금 개편안 등 핵심 현안조차 인수위 기간 내내 논쟁만 벌이다 끝났다. 창조경제는 정권 출범 후 청와대 참모들끼리 원론적인 방향을 놓고 다시 토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의 원인은 두 달도 채 안 되는 인수위 기간에 5년 국정 아젠다를 내놓아야 하는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인수위가 활동한 48일 가운데 조직 구성과 부처 업무보고, 내각 및 청와대 인선 준비 기간을 빼면 국정 아젠다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인수위는 2013년 1월6일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첫째주와 둘째주는 부처별 업무보고와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로 보냈다. 1월 셋째주와 넷째주는 총리 후보자 지명 및 자진사퇴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2월 첫째주는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문제를 논의하다 끝났다.

이후 새 총리와 장관 후보자, 청와대 실장 및 수석 내정자 인선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인수위는 활동을 종료했다. 인수위 기간 내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 논란,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 논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여기에 대응하기도 벅찼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새 정부의 아젠다와 정부조직, 내각인선 등은 대선 캠프 단계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며 “인수위는 말 그대로 전 정부로부터 국정운영을 ‘인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